하반기부터 내수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기대와 달리 7월중 주택담보대출을 포함, 가계의 은행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됨으로써 당분간 소비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중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2천억원에 그쳐 올해 1월중 약 5천억원이 감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장기간에 걸친 내수부진을 털고 하반기부터는 소비가 미약하게 나마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당국의 기대와는 반대로 위축된 가계의 소비심리가 더 움츠러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3월 2조9천억원에서 4월 1조9천억원으로 줄었다가 5월에 2조7천억원으로 늘었으나 6월중 1조8천억원, 7월 1조2천억원 등으로 두달 연속 감소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부동산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월중 1조6천억원에서 7월에는 8천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 2002년 가계대출이 월간 4조-6조원씩 증가하고 주택담보대출도 4조원 안팎으로 증가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축소된 것이다.

이는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 등과 관련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강세에도불구하고 전반적인 주택경기의 위축과 내수부진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용카드 남발 등으로 인위적 내수부양이 이뤄지고 부동산 경기마저 과열됐던 2002년 당시의 거품이 꺼지면서 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매년 1월중 연말정산에 따른 세금환급, 설 보너스 등으로 가계의 자금여유가 많은 경우를 제외하면 7월중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200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거품조정을 넘어 심리적 위축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가계의 소비지출 심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증감추세를 살펴보면 하반기중 내수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불허한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올해 1.4분기중 월평균 9천억원 정도씩 늘었으나 2.4분기에는 증가액이 월평균 5천억원 수준으로 주저 앉았으며 7월에는 3천994억원에 그쳤다.

8월중에는 가을 신학기를 앞두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크게 늘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 증가 둔화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은행 통화금융팀의 김인섭 차장은 밝혔다.

따라서 내수경기 회복이 과연 하반기중에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