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금감위원장이 할 일..이학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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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거품 붕괴 시대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골프회원권 미술품 등 각종 경제 자산의 가치하락 뿐 아니라 그 좋다던 장관 국회의원 자리도 거품이 빠지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존의 판을 뒤바꾸는 개혁의 물결에 더해 정치 외교 사회 경제 어느 한 분야 바람 잘 날 없는 나라 사정은 더이상 고위직들이 영화(榮華)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예전같으면 '자리'에 따라붙었을 유·무형의 보상은커녕 잔뜩 피로만 쌓이게 하는 모양이다.
3년간 임기가 보장돼 있던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주 "조용히 살고 싶다"며 취임 1년여만에 보따리를 싼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 후임으로 임명된 윤증현 신임 금감위원장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첫날 저녁,금감위와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들을 시내 호텔로 불러 식사까지 건너뛴 채 현안 파악에 밤을 새웠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앞두고 금감위와 금감원 간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다툼에,신용카드대란 책임론과 신용불량자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보고 받았을 윤 위원장이 영전의 기쁨을 만끽할 겨를은 찾기 힘들었을 성싶다.
윤 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밤늦게 찾은 기자들에게 그의 부인이 했다는 말은 그런 남편의 심정을 대변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남들은 좋은 자리에 가게 됐다고 축하하지만 나는 좋은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좋지만,중요하고 힘든 자리 아닌가요. 남편이 금감위와 금감원 갈등의 한 가운데 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부인이 언급했듯이,지금 금감위·금감원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싼 두 조직의 '밥그릇 다툼'이다.
정부조직인 금감위가 금융감독정책 일부를 재정경제부로부터 이관받고,비(非)공무원 특수 공적법인 조직인 금감원에 대한 지휘권을 확대하도록 한 감사원안(案)을 놓고 금감원 노조는 '결사 반대'다.
그러나 윤 위원장이 새겨야 할 것은 금융소비자나 일선 금융회사들에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화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은행에 편중된 금융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제2금융권 회사들이 존폐의 기로에까지 몰려 있다는 시장의 지적은 더이상 흘려들을 상황이 아니다.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영)와 은행의 ELF(주식연계펀드) 등 수익증권 판매 확대 허용 등 금융권역간 영역을 허문 결과는 은행들에 사상 최대 호황을 안겨주었을 뿐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은 차별적인 겸업 제한으로 인해 고사직전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아우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부분 2금융권 회사들의 지난 2분기 영업실적이 대폭적인 감소 내지는 현상을 간신히 유지하는 선에 머무른 반면 은행들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작년 동기보다 4배 이상 증가하는 최고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균형적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한 증권회사가 '1,2금융권역별 업무차별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2금융권의 감독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위험수위를 치닫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당국이 이런 금융시장의 목소리와 현실에 천착하기보다,제각기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충혈돼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져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이상 과거와 같은 '영화'를 기대할 수 없는 고역의 중책을 마다않은 윤 위원장인만큼,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인 갈등조정·문제해결자의 모습을 주문하고 싶다.
그런 모습의 처음과 끝은 무엇보다도 '시장'에 가까이 다가서는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haky@hankyung.com
경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골프회원권 미술품 등 각종 경제 자산의 가치하락 뿐 아니라 그 좋다던 장관 국회의원 자리도 거품이 빠지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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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으면 '자리'에 따라붙었을 유·무형의 보상은커녕 잔뜩 피로만 쌓이게 하는 모양이다.
3년간 임기가 보장돼 있던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주 "조용히 살고 싶다"며 취임 1년여만에 보따리를 싼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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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앞두고 금감위와 금감원 간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다툼에,신용카드대란 책임론과 신용불량자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보고 받았을 윤 위원장이 영전의 기쁨을 만끽할 겨를은 찾기 힘들었을 성싶다.
윤 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밤늦게 찾은 기자들에게 그의 부인이 했다는 말은 그런 남편의 심정을 대변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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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언급했듯이,지금 금감위·금감원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싼 두 조직의 '밥그릇 다툼'이다.
정부조직인 금감위가 금융감독정책 일부를 재정경제부로부터 이관받고,비(非)공무원 특수 공적법인 조직인 금감원에 대한 지휘권을 확대하도록 한 감사원안(案)을 놓고 금감원 노조는 '결사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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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행에 편중된 금융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제2금융권 회사들이 존폐의 기로에까지 몰려 있다는 시장의 지적은 더이상 흘려들을 상황이 아니다.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영)와 은행의 ELF(주식연계펀드) 등 수익증권 판매 확대 허용 등 금융권역간 영역을 허문 결과는 은행들에 사상 최대 호황을 안겨주었을 뿐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은 차별적인 겸업 제한으로 인해 고사직전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아우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부분 2금융권 회사들의 지난 2분기 영업실적이 대폭적인 감소 내지는 현상을 간신히 유지하는 선에 머무른 반면 은행들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작년 동기보다 4배 이상 증가하는 최고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균형적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한 증권회사가 '1,2금융권역별 업무차별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2금융권의 감독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위험수위를 치닫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당국이 이런 금융시장의 목소리와 현실에 천착하기보다,제각기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충혈돼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져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이상 과거와 같은 '영화'를 기대할 수 없는 고역의 중책을 마다않은 윤 위원장인만큼,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인 갈등조정·문제해결자의 모습을 주문하고 싶다.
그런 모습의 처음과 끝은 무엇보다도 '시장'에 가까이 다가서는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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