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가뜩이나 휘청거리던 미국 증시에 고용 증가세, 나아가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라는 또하나의 악재가 돌출했다.

뉴욕증시에서는 이제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비관론마저 대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6일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지표는 월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월가 관계자들은 6월 주춤했던 고용증가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보고 7월에는 23만-25만개 정도의 대폭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일각에서는 고용증가가 30만개 정도에 이르러 증시에 새로운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고용증가 규모는 3만2천개에 그쳤다.
7월 지표로만 보면 미국의 고용시장은 사실상 정체상태에 빠진 것이다.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3%에 그친데 이어 고용증가마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고유가 속에서도 미국 기업이 착실히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걸어왔던 증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거의 1년만에 처음으로 나스닥 종합지수 1,800선이 붕괴되는 등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비해 가치가 하락했고 채권시장에서도 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주요 금융시장이 일제히 향후 미국 경제가 약화될 것이라는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을반영했다.

기대 이하의 고용 증가세에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실망'과 `놀라움'을 나타냈다.
컨설팅 업체 MFR의 조슈아 샤피로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날 고용지표가"끔찍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고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극단적으로 미약한 숫자로, 엄청난 놀라움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ING 파이낸셜 마켓츠의 대러 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자신을 포함해 6월의고용지표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던 기관들은 7월의 더욱 급격한 하락앞에서 종전 논리를 방어하기가 훨씬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희망을 갖게 하는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는 고용을 늘리겠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이번 노동부 지표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가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고용이 60만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점을 근거로 고용시장이 침체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6월의 증가둔화는 고유가 충격이 안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 지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소매업에서 1만9천개, 호텔업에서 4천6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전문직 및 기업서비스 분야에서는 4만2천개, 제조업에서는 1만개의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관련 분야의 일자리 감소가 고용증가 둔화의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논리를 따르는 일부 증시 분석가들은 고용상황과 경제에 대한 전망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퍼시픽 그로스 에쿼티스의 스티븐 마소카 사장은 "현재의 경제지표들은 일시적인 하강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며 따라서 시장의 반응은 과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제가 새로운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와 같은 유가 급등이 지속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위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미국 경제도 재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데 대부분 분석가들이 일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음주 개최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제진단과 처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지난 회의에 이어 또다시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데 거의 모든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이 일치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FRB가 종전의 `미국 경제 순항론'을 걷어 들이고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이 당초 예상보다 완화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FRB가 현행 1.25%인 금리가 연말 2%에 이르도록 단계적으로 금리를올릴 것으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