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주관으로 7월 한 달 동안 진행됐던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 참가단이 모두 적자를 내면서 최저생계비가 과연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느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향후 3년 동안의 최저생계비 산정을 위한 기초 계측 조사가 실시되는 해인 만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생활을 못한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에 참가한 5개팀은 단 한 팀도 빠짐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직장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한 이대원씨는 "대중교통만으로 출퇴근하고 점심식사는 회사 식당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최대한 아꼈지만 40만원도 채 안되는 돈으로 월세를 내고 살림을 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제를 도입하며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법에 따르면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빈곤층이 대거 양산된 가운데 한 가구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모자라는 생계비를 지급하고 의료·교육·주거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를 가리고,급여 액수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인 셈.


이에 대해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 선 교수는 "최저생계비 산정 기준이 되는 품목이 현실 생활을 반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현재 최저생계비로는 최소한의 건강과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없다"며 "최저생계비로는 간신히 '생존'하는 수준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빈곤층 무기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최저생계비에는 아동 장애인 노인 등 가구 유형별 특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데다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해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비싼 주거비나 기타 물가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예컨대 최저생계비를 정하는 3백61개 품목 가운데 담뱃값,휴대폰 요금,컴퓨터처럼 '국민 기본생활'이 된 품목들이 빠져 있다는 것.


더욱이 매년 최저생계비 산정을 '물가상승'에 따라서만 추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된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낮은 평균 국민소득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지난 5년간 크게 벌어진 최저생계비 상승률과 일반가구의 생계비 상승률 격차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아침에 충분할 수는 없다


'복지'와 '경제'는 종종 상충관계에 있다.


경제학자들도 대체로 최저생계비가 '충분치 않다'는 데는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한양대 경제학과 나성린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전제에는 동의한다"라며 "하지만 복지 수준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규모나 경제성장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한국의 빈곤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인 만큼 수급자는 줄이고 지원은 늘려 전체 규모를 조율해야 한다"며 "국가 구성원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대전제 아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할 길을 열어주고,지체장애인 같은 절대빈곤층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다층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