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중국 진출을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눈길이 미묘하다.

우선 하이닉스가 중국공장 건설을 통해 D램 생산량 확대에 나서는 것부터가 달갑지 않다.

자칫 수년 내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드러내놓고 얘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측면이 많다.

많은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의 생존력 확보 차원에서 중국 진출을 용인하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다.

때문에 삼성의 표현은 우회적이다.

'부메랑론'도 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이미 미국 등에 대거 진출해 있는 화교들을 통해 반도체 설계기술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중국공장은 현지 기술자를 길러내는 훈련소가 될 것이고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도 최근 한 강연에서 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으로 많은 산업과 공장들이 몰려가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만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또 휴대폰 분야에서의 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휴대폰 기술이 흘러나가면서 중국이 저가 휴대폰을 쏟아내게 됐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미운 털이라도 박히는 날엔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과연 자사의 이익을 지키려고 우울한 시나리오를 흘리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중국 전자산업의 잠재력을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으로선 판단할 길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세계 D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려온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의 향후 행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장경영 산업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