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합판산업의 효시이자 간판기업인 대성목재가 합판제조를 시작한지 60여년만에 합판사업을 포기했다.

대성목재의 지주회사인 동화홀딩스는 지난 6월 인천 북성동에 있는 대성목재 합판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현재 관련 설비의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3일 밝혔다.

동화홀딩스는 한계사업 철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판사업을 중단했으며 대성목재는 앞으로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제조에 주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성목재는 연 16만㎥의 합판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9백37억원의 매출가운데 40%를 합판부문에서 올렸다.

국내 합판제조물량의 약 15%를 공급해온 대성목재가 합판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 합판산업 판도에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왜 포기했나=대성목재의 합판사업 포기는 합판업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1936년 설립 당시부터 합판을 제조해온 대성목재는 합판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60년대에 한때 재계 랭킹 5위까지 오를 만큼 국내 합판업계를 대표하는 선두기업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 수출부진으로 합판산업이 퇴조하면서 대성목재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또 신동아그룹-효성그룹-유원건설-한보그룹 등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모기업의 부실로 신규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이 약화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산업 선창산업 성창기업 등 경쟁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합판 제조에 꾸준히 설비투자를 해온 반면 대성목재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왔다"며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1위에서 4위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동화홀딩스는 지난 2000년 대성목재를 인수할 당시부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신규 투자에 부담을 느껴 합판사업 강화보다는 포기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홀딩스 관계자는 "합판제조는 원목 등 수입원자재의 비중이 높고 다른 제품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보다 수익성이 높은 PB와 MDF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 들어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합판수요가 줄어든 것도 사업포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합판보드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합판제조업체들의 합판생산량은 37만5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만5천㎥에 비해 11.8% 감소했다.

◆업계에 미치는 파장=지난해 국내 합판시장 규모는 약 9천4백억원으로 국내 제조가 3천5백억원,수입이 5천9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성목재의 합판사업 포기로 국내 합판시장은 이건산업과 선창산업,성창기업의 3자대결구도로 재편됐다.

이건산업 등은 대성목재의 설비 일부를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합판수요 부진으로 이들 3개업체의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증가로 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10∼20% 감산하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올해 매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