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포괄적 과거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31일 "국가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고, 열린우리당은 "분별없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하고 나서는 등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여야가 자제하는 듯했던 여권과 한나라당간 `국가 정체성 대(對)친일.유신 논쟁'이 다시 재점화되며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무현표 역사세우기' 작업이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라고 규정하고, "과거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깔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국가 정체성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이제 친일, 유신을 넘어서 모든 국가 공권력은 곧 부당하고 부정하고 불의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나라의 뿌리를 흔들고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포괄적 과거조사 발언 자체가 과거 국가기관에대한 불신을 깔고 있는 것"이라면서 "조사하는 사람들의 자격문제도 검증이 제대로안된 의문사위를 통해 진행되는 것은 엄청난 분열과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켜 국가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 국가기관이 잘못한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문제가) 드러났을 때사건사건마다 조사를 하는 것이 옳다"면서 "전반적으로 다 다시 들여다보자고 하는것은 혁명적 상황이 아니면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정책위의장은 "과거를 다시보자며 역사적인 사건을 재해석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폄하하고 (역사를) 개조하는 것은 이북의 김일성이 자기체제를 굳힐 때쓰던 수법이자 대남공작에 사용하던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언급은) 새로운 역사관을 도입하려고 하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도둑이 제발 저린 격","분별없는 정치공세"라면서 비판한 뒤 "민족 정통성 세우기"라고 반박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포괄적 과거조사' 언급에 대해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이라며 "노 대통령도 동학.친일.거창.노근리사건 등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조사기구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 입장으로 접근해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호중(尹昊重) 의원은 "국가정체성을 바로 세우려면 일제와 군사독재 시절 자행된 국가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를 규명하고 명예회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과거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온 민족 정통성 세우기에 대해 한나라당이 비난하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의문사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간첩에 대한 살인적 전향공작 자체가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마치정부가 간첩을 민주화인사로 인정한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김재현 기자 bingsoo@yna.co.kr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