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제지 노사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비록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서 나온 노사합의이기는 하지만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사 노사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기존 3조3교대제를 4조3교대제로 전환하는 한편 12.8%(1백40명)의 신규인력을 뽑기로 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없애기 위해 임금을 지난해보다 5%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워크아웃대상 기업이라고는 하나 노조가 임금삭감안을 수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사실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원만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건비 추가부담 문제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4시간이나 줄어드는데도 임금은 그대로라면 회사측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이 더욱 악화될 것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이번 신호제지의 노사합의는 회사도 살리고 채용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주5일제 실시에 따른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임금삭감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채용여력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인력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다 기존 인력에 대한 비용도 크게 증가하는 만큼 신규인력 고용은 엄두도 내기 어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실업률이 7%대에 이르는 등 심각하기 이를데 없는 실업문제의 해결이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자신들의 이익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며 억지주장만 계속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양보를 하기는커녕 평균연봉이 5천만∼7천만원선에 이르는 대기업노조들까지 임금을 더 달라며 파업을 강행해 나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 노조는 자신들보다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실업자들을 배려하는 안목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들의 철밥통 지키기식 노동운동이 이들의 상대적 불이익을 강요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확대를 위해 임금삭감을 선택한 신호제지의 노사합의가 합리적 노동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