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시대에 영웅이 필요해서인지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가에 때 아닌 '이순신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이순신은 헌정사상 초유라는 대통령 탄핵 때 한바탕 출판가를 휘저었다.

2001년 제3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나무刊)가 그것. 부제가 '충무공-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인 점에서 엿보이듯이 소재를 이순신에서 따왔다.

반대파의 탄핵으로 삼도수군통제사(지금의 해군참모총장)에서 직위 해임된 이순신이 백의종군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를 다룬 이장편 소설은 국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판가에서 화제란 그것이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곧잘 베스트셀러와 동의어가 된다.
「칼의 노래」 또한 대통령 탄핵이 실로 절묘하게 보직 해임된 이순신의처지가 오버랩되면서 출판가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여기에다 독특한 역사소설 쓰기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작가 김탁환(36. 한남대문예창작과 교수)씨가 「불멸의 신화」(황금가지 刊)를 최근에 냈다.
이는 2002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손질한 것. 실로 공교롭게도 해군사관학교에서 그와 함께 강단에 섰던 역사학자이자 현역해군소령인 이민웅(38) 해사 교수는 순전히 역사학적 관점에서 이순신 중심 「임진왜란 해전사」(청어람미디어 刊)를 펴냈다.

이 두 '이순신'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학자가 사료와의 전투에서 빚어낸 작품이긴 하지만, 합작이라고도 볼 만한 대목이 있다.

이들은 모두 이순신을 둘러싼 신화라는 때를 걷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웅화,영웅화가 오히려 이순신을 망치고, 그에게서 '인간'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렸다고말한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또 부산고법 김종대(56) 부장판사가 자신의 두번째 이순신평전을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 두 척이 있습니다」(북포스 刊)를 통해 좌절과 역경을 이겨낸 이순신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탐구하려 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순신일까?

다음달 중순 방영이 예정된 KBS 대하드라마 '이순신'과 김승우-박중훈이 주연을맡은 가운데 이미 크랭크인에 들어간 영화 '천군'(감독 민준기, 제작 싸이더스)을염두에 둔 출판가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순신 관련서를 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출판사측에서는 무엇보다 드라마와 영화가 성공작이 되기를 누구보다 더 고대하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이 판매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