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친시장경제'를 확고한 당의 경제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데 일부 문제를 가지고 시장경제에 어긋난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부총리의 말이 1백% 맞다"고 밝히면서 여권에 대해 경제정책의 '시각교정'을 촉구했다.

◆ 열린우리당

당내에서는 이 부총리의 발언을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고강도 경고나 반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현미 대변인은 "당내 386세대와 이 부총리의 만남을 추진해 경제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주도하는 등 시장경제 테두리 내에서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런데도 이 부총리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계안 제2정조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 기조는 '친시장경제'"라고 못박은 후 "다만 이 부총리가 언급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은 주택시장 특성상 가격 기능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당이 추진했는데, 이를 두고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내 대표적 386세대인 임종석 의원은 "분양원개 공개나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등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억지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한나라당

이 부총리가 오랜만에 당연한 지적을 했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코드정치'에 의한 '대중영합주의'라고 규정하고, "이런 상황 아래에선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국정 최고책임자가 걸핏하면 국민 분열적인 얘기를 하고, 정책 우선 순위에서 경제가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료 출신인 이종구 의원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는게 개혁인데 현 정부 속에는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하고 "이 부총리의 발언은 백번 맞다"고 이 부총리를 옹호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 부총리가 경제를 좀 챙기려 하면 여권의 '386세대'들이 딴죽을 걸고 있다"며 "대통령은 '386 의원'들의 얘기만 들을 것인지, 경제를 챙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혜훈 의원도 "시장경제의 중심에 기업이 서 있는데, 지금과 같이 기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에선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런 측면에서 이 부총리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가세했다.

홍영식ㆍ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