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진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처럼 스스로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하며, 고통 분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독일 여.야와 심지어 재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18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독일 주요 기업에서 추가 임금상승 없는 노동시간 연장과 휴일 감축 문제로 노사가 대립한 가운데 경영진의 초고액 봉급과 솔선수범하지 않는 자세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회민주당 당수는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과 인터뷰에서 위르겐슈렘프 다임러 회장 등 주요 기업 최고 경영진이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고 월급을 삭감하면서 자신들은 거액의 봉급을 받는다고 비난했다.
슈렘프 회장의 지난해 봉급은7백50만유로(약 105억원)였다.

오랫동안 직장에서 간부로 일한 경험이 있는 뮌터페링 당수는 "내 평생 다른 사람 보다 일을 수백 배 잘하는 사람을 만나본 일이 없다"면서 경영진 초고액 봉급에대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민당 소속인 쿠르트 벡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사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며, 특히 경영진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루프트한자처럼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면 노조에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지난 2001년 종업원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동결에 앞서 경영진 봉급을 10% 삭감한 바 있다.

친기업적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의 귀도 베스테벨레 당수도 "사고의 전환은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요구될 것이 아니라 재계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파 일간지 빌트는 18일 보도했다.

베스테벨레 당수는 "독일의 복지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연장이 금기가 되서는 안되며, 아울러 경영진도 많은 특별혜택과 작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크리스토프 뵈어 부당수는 "상당 규모 종업원 해고를 통지한 기업의 경영진은 이에 앞서 자신의 봉급 일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노동자만 짐을 지지 않는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영자총연합회에 해당하는 사용자단체인 독일산업연맹(BDI)의 디터 훈트 회장은 "독일 경제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우리 경영자들도 모두 더 많은 실적을 쌓아야 한다"고 시인했다.

훈트 회장은 "특히 모든 점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층의 경우 더 많은 실적을 쌓고 노력해야 함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간 빌트에 따르면 다임러 경영진은 노조가 노동시간 연장에 동의할 경우 경영진 임금 10%를 삭감하는 방안을 오는 20일 협상 재개 시 제시키로 했다.

이에 대해 다임러 종업원평의회 측은 "거액 봉급자인 경영진이 자신들의 월급중 작은 부분을 자진 삭감하거나 한 해 올리지 않겠다는 식의 방안만을 제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다임러는 주당 노동시간을 추가 임금 인상 없이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릴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독일 남부 진델핑엔의 메르체데스벤츠 공장을 독일 북부 브레멘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독일 내 다임러 노조원 8만 명이 진델필엔 공장과 손잡고 사측에 맞서왔으며 17일에도 1만4천5백명이 파업, 생산이 중단됐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