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을 한달 앞두고 한낮 온도가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한국인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자, 한화, KDE 등 그리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이번 아테네 올림픽을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그리스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OTRA 아테네 무역관의 오혁종 관장은 16일 "한국기업들은 아테네 올림픽을 맞아 당장의 매출보다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 브랜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은 그러나 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실업사태에 대비한 `포스트올림픽 특수'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오 관장은 전했다.

각종 올림픽 관련 업무와 시설공사 등에 투입됐던 인력들이 올림픽 이후 실직하면서 그리스에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그리스 정부와 현지 경제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오 관장은 "그리스 정부는 올림픽 이후 실업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받아 대규모 건설프로젝트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한국기업들은 이때를 기다려 그리스 정부의 건설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말했다.

실제로 올림픽 관련 시설공사에는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의 통제로 인해 공식스폰서가 아닌 기업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림픽이후 IOC의 간섭 없이 그리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건설프로젝트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하기 쉽고 실질적인 매출창출도 가능하다는 게 오 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도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올림픽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아테네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2002년 10월 법인 등록을 마치고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 법인장을 포함해 5명의 한국직원과 55여명의 현지인 등 모두 60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로모니터, TV, 에어컨, 휴대전화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맞아 아테네에서 초대형 여객선인 페리와 지하철, 공항로 입간판등 `교통'을 활용해 기업 이미지와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테네의 입구로 불리는 피레우스(Piraeus) 항과 각종 경기가 열리는 그리스의주요 도시를 왕래하는 페리 2대를 공식 후원해 여객선 외부에 대형 LG로고와 함께 LCD(액정화면) TV, 휴대전화 등 LG전자의 제품을 소개하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올림픽 기간에 배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객들에게 LG전자의 첨단 제품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3천만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2,3호선 차량 4대에도 대형 광고를 부착했고 아테네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공항로에도 대형 옥외 광고판을 설치했다.

그리스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전국에 17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구디스와카페 체인인 플로카페의 전국 80개 매장 등 250곳에 LG전자의 PDP(벽걸이 TV)를 전시해 LG광고와 제품,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그리스정교회와 함께 헌옷을 모아서 대형광장에서 LG세탁기로 세탁하는 모습을보여주고 고아원 등에 기증하는 `자선 마케팅'으로 그리스인은 물론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 계획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멕시코 올림픽위원회, 중국 탁구국가대표팀, 이라크 축구대표팀을 공식 후원해 이들이 착용하는 연습복과 이동할 때 입는 트레이닝복에 LG로고를 새겼다.

LG전자 그리스법인 박희종 법인장은 "그리스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여서 기업들도 중앙집권적 1인지배 구조를 갖고 있어 시장진입에 애로가 많다"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 1천600만유로의 매출을 올렸고 올 상반기에는 매출 3천400만 유로를 달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아테네 올림픽의 무선부문 공식 스폰서 자격을 획득,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제품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IOC위원, 아테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 행사진행 요원, 취재진 등에게 1만4천여대의 휴대전화를 제공, 자체개발한 무선통신기술 `WOW(Wireless Olympic Works) 서비스를 제공한다.

WOW는 휴대전화를 통해 올림픽 대회 정보와 경기일정, 경기결과 등을 올림픽 조직위에 집계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320평 규모의 대형 삼성 홍보관을 마련, 200여종의 최첨단 휴대전화를 전시하는 등 삼성의 브랜드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선수와 가족의 만남의 광장, 선수출연 일일 이벤트, 야간 레이저쇼,세계 8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내셔널 데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홍보관내에 올림픽 선수관을 마련해 선수들이 긴장을 풀고 가족들을 편안하게만날 수 있게 하고 인터넷, 올림픽 경기 생중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은 올림픽 기간에 세계 주요 거래선 초청 프로그램, 대학생 애니콜 리포터등의 이벤트를 통해 마케팅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스폰서로 참여할 당시 32억달러에 불과하던 브랜드 가치가 시드니(호주) 하계올림픽과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동계올림픽을거치며 2003년 103억달러로 세계 25위를 기록, 3배 가량 늘어남으로써 올림픽을 통한 브랜드 강화활동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아테네 올림픽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차원을 넘어 브랜드 호감을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올림픽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삼성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진입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지난해 그리스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도요타에 이어 시장점유율8.6%로 2위를 차지했다.
2001년에는 시장점유율 9.5%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동차를 포함해 대우, 기아 등 한국 자동차의 그리스 시장점유율은 11.8%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리스내의 올림픽 자동차 부문 스폰서십(로컬스폰서십)을 획득,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VIP, 선수단, 기자단과 행정지원용 올림픽 공식차량으로 자사의에쿠스, 그랜저XG, 스타렉스 등 500여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항로 등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 올림픽 기간에 아테네를 찾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현대자동차를 홍보할 예정이다.

아테네 해변가에 현대자동차 홍보관을 설치해 자동차를 전시하고 각종 이벤트를열어 자사의 기업 이미지와 자동차 브랜드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한화 등 다른 기업들= ㈜한화는 한때 그리스의 은행을 인수해 경영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리스 경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화는 아테네 지하철 차량을 제작, 공급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고 KDE는 아테네경전철 사업에 참여, 자동요금징수시스템를 설치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이 그리스에 진출해 현지사무소 또는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한국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이번 올림픽을 맞아 더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있다.

▲그리스 경제와 올림픽= 지난해 그리스의 국민총생산(GDP)은 1천530억유로, 1인당 GDP는 1만3천90유로다.
인구는 1천100만명이며 수도 아테네에 400만명이 몰려있다.
면적은 13만2천㎢로 한국의 5분의 3수준이다.

제조업이 취약한 대신 관광업과 해운업이 주류다.
특히 질 좋은 잎담배와 올리브유로 유명하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서 86억유로의 비용을 투입, 수입 106억유로를 올려 20억유로의 흑자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겹치면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 보안경비로 12억달러를쓰는 바람에 흑자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국과는 61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한국전 당시에 3년간 1만여명이 참전해 186명이 전사했다.
지난 6월25일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완공돼 성대한제막식이 치러졌다.

한국은 그리스에 연간 17억6천만달러를 수출하고 1억달러를 수입, 연간 16억6천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는 중국, 미국, 홍콩, 베트남에 이어 한국의 다섯번째 무역흑자국으로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