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이라크 저항단체에 붙잡혀 있는 자국 인질을 살리기 위해 이라크에서 철군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는 필리핀과 미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14일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의 대테러 정책과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역행하는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필리핀과 미국이 지난 수십년간 아주 여러 경우에서 친구이자동맹국으로 지내왔다"고 지적한 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필리핀과 협력을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델리아 앨버트 필리핀 외무장관은 14일 이라크에 주둔한 필리핀군 51명 가운데 8명이 이미 이라크를 떠났다고 넌지시 내비치며 필리핀 정부가 이라크에 주둔한 병력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있은 뒤 이라크 저항단체 할리드 이븐 알-왈리드여단에 지난 주부터 붙잡혀 있는 인질 안젤로 데 라 크루스 씨는 "안전하게 생존해있다"고 바그다드에 주재한 필리핀 외교관은 전했다.

이라크의 납치범들은 필리핀 정부가 7월 20일까지 이라크 주둔군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하는 한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않을 경우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미국과 필리핀 간의 관계를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시점에서 양국관계를 언급하는 일은 어렵다.
테러 퇴치와 관련한 협조관계에서 정책상의 변화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longflo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