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해양경찰청.국방연구원 등 국내 주요 국가기관에 대한 해킹사건이 한국-중국 양국간 외교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IP 추적결과, 문제의 해킹의 진원지가 중국 인민해방군 외국어학교 소유의 컴퓨터로 확인됐고, 정황으로 볼 때 그 해커가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추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정보 당국은 해커 중 1명이 외국어학교(대학 수준) 한국어 과정에 재학생으로 신원을 확보했으나, 그의 신분이 군인 또는 민간인인 지는 아직 확인하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외국어학교가 중국 인민해방군 가운데 우수한 사병들이 지원해 졸업후 장교로 임관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해커가 군인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정보 당국은 특히 이번 사건에 이용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자체 제작된 `변종리벡'(Revacc)으로 확인됐으며, 그 수준이 감탄할 만큼 정교한 점으로 미뤄 해킹이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해킹 프로그램의 난이도가 국내 전문가들조차 혀를내두를 정도로 높은 수준이며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해킹을 당한 국내 주요 국가기관의 PC 수백대를 조사한 결과 이번 해킹으로 상당한 자료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이 중국 군 조직에 조직적으로 이뤄졌거나 적어도군인이 개입된 것으로, 특히 해킹이 각종 기밀과 보안자료를 빼가기 위한 표적공격으로 확인된다면 한-중 양국간 외교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대만도 이번과 동일한 프로그램인 `변종 Peep'의 피해를 본 바있으며 국내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지난 14일 고구려사 문제로소환한 리 빈(李 濱) 주한 중국 대사에게 "해킹의 진원지가 중국 소재 컴퓨터로 확인됐으며 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수사당국간 공조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요청했다.
외교적 수사(修辭) 수준 이상이었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리 빈 대사는 즉답을 피한 채 "한국 측의 요청을 본국에 보고해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만의 하나 이번 사건이 중국군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제적 망신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수사공조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방대한 양의 수사정보 자료와 해커 1명의 구체적인신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중국 당국의 수사협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외교채널과는 별도로) 중국 공안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협조를 해줄지는 알 수 없다"며 "중국과 수사 공조가 제대로안될 것에 대비해 인터폴과 수사공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안승섭 기자 kjihn@yna.co.kr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