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산 2위의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MTFG)과 4위인 UFJ그룹이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이 이뤄지면 씨티은행을 제치고 총자산 1백90조엔 규모의 세계 최대 은행이 탄생한다.

UFJ은행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MTFG의 자회사인 도쿄미쓰비시은행과의 합병협상을 시작키로 하고 스미토모신탁은행에 UFJ신탁은행을 매각키로 한 결정을 철회키로 결의했다.

지주회사인 UFJ홀딩스도 잇따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결의한 뒤 이날 오후 미쓰비시도쿄측에 합병을 공식 제안했다.

◆도쿄미쓰비시,리딩뱅크로='조직의 미쓰비시'로 실력을 인정받는 도쿄미쓰비시은행은 리딩뱅크로 부상하게 됐다.

MTFG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와 경쟁해 투자가와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려면 우선 국내시장에서 고객 기반과 시장점유율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MTFG는 4대 은행 중 재무구조가 가장 건전하지만 대출잔고는 미즈호은행보다 적다.

은행 본업의 이익을 나타내는 업무순익도 6천억엔으로 미쓰이스미토모보다 4천억엔 적다.

따라서 경쟁은행들이 불량채권 처리를 끝내고 나면 현재 구조로는 경쟁력 우위를 별로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UFJ의 경우 소매 영업이 강하고 주요 거래처로 도요타자동차를 가진 것도 합병추진의 배경이 됐다.

반면 UFJ는 현재 자기자본 비율이 8% 초반으로 떨어져 국제업무에 필요한 최저 기준인 8%에 겨우 턱걸이한 상태다.

만약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량채권,처리속도 빨라진다=고이즈미 내각은 2005년 3월까지 은행들의 불량채권 비율을 4%로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이번 합병 추진으로 UFJ 등 대형은행의 불량채권 처리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금융권 구조재편으로 대형은행들이 탄생했지만 이들은 합병 후에도 상대 은행의 눈치를 보거나,과거 인정에 얽매여 기존 불량채권과 채무과다기업의 처리를 미루는 사례가 많았다.

두 은행이 통합되면 다이에와 소지츠 등 UFJ의 초대형 부실 거래처의 처리가 당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회생을 위해 막대한 자금 지원을 했지만 미쓰비시도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UFJ의 경우 자본증자가 불충분해 불량채권 처리 실적도 가장 부진했다.

올 3월 결산에서도 4천28억엔의 적자를 냈다.

정부로부터 1조7천5백억엔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2년 연속 업적이 나빠졌다.

◆일본의 은행구조재편과정=대형은행 간 구조재편은 지난 90년 미쓰이은행과 다이요고베은행이 다이요고베미쓰이은행(뒤에 사쿠라은행으로 개칭)으로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96년에는 미쓰비시은행과 도쿄은행이 합병,도쿄미쓰비시은행이 탄생했다.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97년 홋카이도의 다쿠쇼쿠은행이 파산,2차 구조조정의 막이 올랐다.

2000년 9월 다이이치간교 후지 고교 등 3개은행이 합쳐 미즈호은행으로 재편됐다.

2001년에는 스미토모와 사쿠라가 합병,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탄생했다.

또 도쿄미쓰비시은행,미쓰비시신탁은행,일본신탁은행은 지주회사인 MTFG를 설립,3개은행이 자회사가 됐다.

산와은행 도카이은행 도요신탁은행도 같은해 지주회사인 UFJ홀딩스를 설립했고 다음해 산와은행과 도카이은행이 합병,UFJ은행이 됐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