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동시에 발표했으나 엇갈린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KDI는 설비투자 부진 원인으로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 등 경기적 요인을 강조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부진보다는 불안한 노사관계나 출자총액제한 등 제도적 요인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해 미묘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삼성연,"구조적 요인이 투자 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투자부진 장기화 가능성과 해법'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투자위축은 경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투자를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구조적 요인으론 △고(高)임금 △전투적 노사관계 △출자총액제한 등으로 인한 기업의 투자의욕 저하 등을 꼽았다.

투자부진을 구조적 문제로 보는 근거로 △경제성장만큼 투자가 늘지 않는 점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 분야가 버블붕괴 후 여전히 투자 부진한 점 △여유자금이 풍부한데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가 확산돼 경영자들이 단기실적에 치중하고,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된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게 된 점도 투자부진 요인으로 지적했다.

◆KDI,"중소기업 수익성 악화탓"

KDI는 이날 '상장사 기업재무자료를 중심으로 살펴 본 설비투자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지난해 설비투자 부진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비상장기업의 투자부진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전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3.9%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많은 상장사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34.8%나 늘었다는 것이다.

또 상장사 가운데 종업원 3백명 미만인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대 초반 20% 안팎에서 최근엔 1% 미만으로 하락했다.

설비투자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이 같은 양극화의 주된 원인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지난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회복이 향후 설비투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