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근거로 삼았던 정보가 그릇됐다는 미국 상원의 최종 조사결과 공개로, 이라크 주권이양 이후 수그러드는 듯 했던 정치권의 '파병 재검토론'이 재차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이라크 테러단체가 미국의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는 한국의 해운업체 소속 선박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글을 아랍권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병 반대파도 그간 흐뜨러졌던 전열을 재정비할 태세이다.

지난달 '파병중단.재검토 결의안'에 서명했던 여야 의원들은 미 상원 조사결과에 대해 대체로 "이라크전이 명분없는 침략 전쟁임을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조차도 자국이 수행한 전쟁의 명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마당이기 때문에 한국 국회가 국군의 파병을 앞장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열린우리당 유승희(兪承希) 의원은 "미국 내에서도 이라크전의 명분과 정당성을 의회 차원에서 문제삼았는데, 이같은 '침략 전쟁'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파병재검토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찬성하는 의원 수가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며 "파병의 명분이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최순영(崔順永) 의원은 "이번 미 상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더욱 강력하게 국회와 정부를 압박해 나가야 한다"며 "설령 본회의 채택이 부결되더라도 최소한 8월 파병을 연기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파병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국회의원들의 움직임만으로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파병반대파 6명 중 한명인 박계동(朴啓東)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파병 재검토론이 더욱 탄력을 받게 돼 반대파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이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 손봉숙(孫鳳淑) 의원도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성향을 볼 때 파병재검토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국회나 시민사회의 핑계를 대면서 파병을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파병 반대파 의원들은 오는 12일 모임을 갖고 국회 국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결의안 통과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