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의 설움도 털고 유명세도 타고.'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판 그리스축구의 기적'을 연출하려는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이 있다.

유럽축구의 변방 중 하나였던 그리스는 최근 2004유럽축구선수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우승을 일궈 지구촌 축구팬들을 크게 놀라게했던 팀. 그리스축구의 이변을 전해들은 비인기종목 유망주들은 "나도 할 수 있다"며 영광의 순간을 위한 담금질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깜짝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는 '다크호스'의 대표 주자는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의 '겁없는 고교생' 천민호(경북체고). 지난 2000년 사격에 입문한 천민호는 철저한 무명이었으나 지난 4월 봉황기 전국사격대회를 겸해 열린 올림픽 4차선발전 본선에서 꿈의 600점 만점을 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

같은 달 그리스 아테네에서 벌어진 프레올림픽(아테네월드컵) 본선에서는 599점을 쏴 세계 주니어 신기록으로 1위 시상대에 오르더니 지난달 밀라노월드컵사격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사격인인 어머니 친구의 권유로 총과 인연을 맺었고 사선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무기인 천민호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천민호가 아테네에서 메달을 수확한다면 한국사격은 '92바르셀로나대회에서의여갑순, 지난 시드니올림픽 때 강초현에 이어 또 하나의 고교생 메달리스트를 배출하게 된다.

근대5종의 이춘헌(상무)도 복병 중 하나.

이춘헌은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은메달을 따내 한국은 물론 아시아 근대5종사에 한 획을 그은 장본인. 아시아 선수가 세계 성인무대에서 시상대에 오르기는 이춘헌이 당시 처음이었다.

수영을 하다 고교 2학년 때 근대5종으로 종목을 변경한 이춘헌은 헝가리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1장 차이에 불과한만큼 취약한 수영 종목을 보강하고 군인정신으로 무장한다면 금메달을 들고 올 수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근대 5종은 승마와 펜싱, 사격, 수영, 크로스컨트리 등 5개 종목을 순서에 따라1일 1종목씩 5일간 경기를 벌여 총 득점으로 순위를 정한다.

역도의 이배영(경북개발공사)과 장미란(원주시청)도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세계선수권 남자 69kg급에서 은 2개, 동메달 1개를 땄던 이배영은 이 체급 최강인 장궈쟁(중국)과의 기록 차이가 별로 없어 당일 컨디션에 따라 애국가를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장미란은 지난 4월 올림픽대표선발전 여자 무제한급에서 합계 300kg(인상 130kg,용상 170kg)을 들어올려 비공인 세계 타이기록을 세웠다.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장미란은 "지금은 중국 선수가 기록을 갈아치웠다"면서도 "체중을 늘리고 컨디션만 잘 조절한다면 최고 중량을 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한체육회가 '히든카드'로 분류한 복싱의 김기석(51㎏급이하.서울시청)과 조석환(57㎏급이하.상무)은 물론 이봉주(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렸던 마라톤의 지영준(22.코오롱) 등도 반란을 꿈꾸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