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라크에 대한 추가파병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이라크에서 한국인 피랍이 잇따랐는데도 `김선일씨 피살사건' 같은 극단적인 결과가 초래된 것은 외교.안보부처의 안이한 테러인식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8일 "작년 11월 오무전기 직원들의 사망.부상 이후 잇단 한국인 납치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은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파병에 대한 이라크 현지의 반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납치 후 풀려났던 인사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매우 소홀했던 점을 들어 "대테러방지법의 입법에만 신경썼지 테러리즘에 대한 인식 자체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랍은 ▲오무전기 직원들의 사망.부상 ▲지구촌나눔운동한재광 사업부장 등 2명의 나시리야 억류 ▲변경자씨 등 한국인 목사 7명 피랍에 이어 김선일씨 피랍.피살이 4번째였다.

감사원은 내주부터 본격화될 외교.안보라인의 정보관리체계에 대한 감사에서 관련부처가 해외교민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대책을 마련했는지 중점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조사중인 감사원은 8일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 대한 2차 출석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고(故) 김선일씨 구명을 위한 협상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김 사장은 조사에서 "김씨의 피랍에서부터 살해까지 간여한 단체는 1개 무장단체이며 협상과정에서 금전이나 가나무역의 사업중단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김씨의 강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이 팔루자 지역 무장단체의 반감을 초래하거나, 이라크인 변호사의 적극적인 변호를 가로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협상 과정에서 종교활동 중단 등의 요구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이날 조사에서 가나무역이 고용 변호사를 통해 ▲언제 어떤 무장단체와 협상했는지 ▲무장세력으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았는지 ▲왜 한국대사관에는 알리지 않은채 독자 협상을 벌였는지 ▲실제 받아들여준 요구 조건이 있는지 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감사원은 특히 `김선일씨를 알리바바(도둑) 세력이 납치했으며 김 사장에게 5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함께 조사했다.

앞서 김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감사원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고(故) 김선일씨의 석방을 위해 모든 요구조건을 다 걸고 협상했다"면서도 "어떤 내용을 협상했느냐"는 질문에는 "다각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통상부와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간 협상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김선일씨 억류) 비디오 방영 후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면서 "(변호사가) `그쪽으로이라크 한국대사관을 통해 협상팀을 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라크 현지조사단은 일정을 이틀 앞당겨 9일 오전 7시3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