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름…중국 스케치] (4) '천하대란'의 문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핵심은 역시 땅이었다.
난개발과 농지 훼손, 농업 생산량의 감소와 농산물 가격의 앙등이 겹친다면 이는 곧 천하대란이 되고 만다.
중국 정부가 전면적인 경기조절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식량 문제는 곧 천하패권의 문제다.
대(大)공업지대인 저장성과 장쑤성을 잇는 지방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갖게 되는 인상은 '대륙은 공사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철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시멘트가 모자라며, 전력이 부족하고,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느낀다면 이는 겉면만 보는 것일 뿐이다.
기저에 깔린 것은 역시 땅과 식량 문제다.
화둥사범대의 장융웨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농업인구는 9억2천만명이다. 농민문제 안정 없이 경제안정은 없다. 중국과 미국의 농업생산성을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 나름의 속도가 필요하다. 작년에 주식(主食)가격은 거의 70%나 올랐다. 주식에서 70%라는게 말이 되나. 돼지고기 등 육류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농민들을 위해서는 좋다. 그러나 농사 지을 땅이 지금처럼 줄어들고 농업 생산량이 급감한다면 문제 아닌가. 비농업인구로 전환하는 속도 역시 적절하게 조절돼야 마땅하다."
전국에 파헤쳐지고 있는 경제개발구만도 6천여곳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한국어로 발행되는 흑룡강신문사의 이진산 사장은 "얼마 전 중앙에서 전국의 식량비축 상황을 점검한 적이 있다. 3년치 비축이 규정인데 수개월치밖에 없었다. 농지를 더 이상 무분별하게 개발구로 전환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떻든 이렇게 중국 경제는 2004년을 시작했다.
농업이 파괴되고 도ㆍ농간 빈부차가 확대되는 것을 1당 전정(專政)체제인 중국이 용인할 리 없다(중국은 '독재'를 '전정'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하다.
강력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취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는 공산당 전정체제와, 폭주하는 시장경제가 농지를 공장용지로 갈아엎으면서 야기하는 모순을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다.
결국 단순한 부패 문제만도 아니고 과속경제가 초래하는 원자재 부족 문제만도 아니다.
중앙으로서는 이를 곧바로 권력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치밀한 계획과 심혈을 기울인 검토작업 끝에 작년 11월부터 긴축정책의 얼개를 내놓은 것이다.
6천여개 개발구 중에 5천개(일부에서는 3천개라는 설도 있다)의 개발구를 폐쇄하겠다는 방침도 일리가 있다.
중국의 성, 시, 현 등 지방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도 없는 개발구들을 만들어 왔다.
땅을 공짜로 내주고 농지를 공장용지로 전환해 주며 온갖 행정편의를 초스피드로 제공하는 유례 없는 속도전을 만들어 낸 것은 다름아닌 리베이트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 금액에 따라 최고 3%의 격려금이 공무원들에게 주어진다.
공장용지 임대료의 한달치 두달치 수입이 리베이트로 지급되기도 한다.
승진이 보장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자식들을 외국인 투자선을 통해 해외에 유학 보내는 기회도 얻는다.
1천만달러에 1%만 해도 10만달러다.
3%면 30만달러.
엄청난 돈이다.
결국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치열한 외자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중국의 조그만 소도시까지 투자사절단을 구성해 거액을 써가며 한국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말 그대로 훑고 다니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내륙지방에서 해안지방의 외국인 기업을 재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이런 정황이니 전국적으로 숱한 무리수들이 터져나오지 않을 수도 없다.
금지업종도 환영이며 공해산업도 환영이다.
농지전용 같은 약속이 남발되고, 허가도 없이 공장부터 먼저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서는 이런 일을 아예 선(先)투자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렇게 중국에 진출해 있다.
지금 그들에게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인사는 '차이나 쇼크는 한국 언론의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번씩 현장에 가보기나 하는 것인지….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
난개발과 농지 훼손, 농업 생산량의 감소와 농산물 가격의 앙등이 겹친다면 이는 곧 천하대란이 되고 만다.
중국 정부가 전면적인 경기조절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식량 문제는 곧 천하패권의 문제다.
대(大)공업지대인 저장성과 장쑤성을 잇는 지방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갖게 되는 인상은 '대륙은 공사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철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시멘트가 모자라며, 전력이 부족하고,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느낀다면 이는 겉면만 보는 것일 뿐이다.
기저에 깔린 것은 역시 땅과 식량 문제다.
화둥사범대의 장융웨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농업인구는 9억2천만명이다. 농민문제 안정 없이 경제안정은 없다. 중국과 미국의 농업생산성을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 나름의 속도가 필요하다. 작년에 주식(主食)가격은 거의 70%나 올랐다. 주식에서 70%라는게 말이 되나. 돼지고기 등 육류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농민들을 위해서는 좋다. 그러나 농사 지을 땅이 지금처럼 줄어들고 농업 생산량이 급감한다면 문제 아닌가. 비농업인구로 전환하는 속도 역시 적절하게 조절돼야 마땅하다."
전국에 파헤쳐지고 있는 경제개발구만도 6천여곳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한국어로 발행되는 흑룡강신문사의 이진산 사장은 "얼마 전 중앙에서 전국의 식량비축 상황을 점검한 적이 있다. 3년치 비축이 규정인데 수개월치밖에 없었다. 농지를 더 이상 무분별하게 개발구로 전환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떻든 이렇게 중국 경제는 2004년을 시작했다.
농업이 파괴되고 도ㆍ농간 빈부차가 확대되는 것을 1당 전정(專政)체제인 중국이 용인할 리 없다(중국은 '독재'를 '전정'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하다.
강력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취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는 공산당 전정체제와, 폭주하는 시장경제가 농지를 공장용지로 갈아엎으면서 야기하는 모순을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다.
결국 단순한 부패 문제만도 아니고 과속경제가 초래하는 원자재 부족 문제만도 아니다.
중앙으로서는 이를 곧바로 권력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치밀한 계획과 심혈을 기울인 검토작업 끝에 작년 11월부터 긴축정책의 얼개를 내놓은 것이다.
6천여개 개발구 중에 5천개(일부에서는 3천개라는 설도 있다)의 개발구를 폐쇄하겠다는 방침도 일리가 있다.
중국의 성, 시, 현 등 지방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도 없는 개발구들을 만들어 왔다.
땅을 공짜로 내주고 농지를 공장용지로 전환해 주며 온갖 행정편의를 초스피드로 제공하는 유례 없는 속도전을 만들어 낸 것은 다름아닌 리베이트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 금액에 따라 최고 3%의 격려금이 공무원들에게 주어진다.
공장용지 임대료의 한달치 두달치 수입이 리베이트로 지급되기도 한다.
승진이 보장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자식들을 외국인 투자선을 통해 해외에 유학 보내는 기회도 얻는다.
1천만달러에 1%만 해도 10만달러다.
3%면 30만달러.
엄청난 돈이다.
결국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치열한 외자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중국의 조그만 소도시까지 투자사절단을 구성해 거액을 써가며 한국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말 그대로 훑고 다니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내륙지방에서 해안지방의 외국인 기업을 재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이런 정황이니 전국적으로 숱한 무리수들이 터져나오지 않을 수도 없다.
금지업종도 환영이며 공해산업도 환영이다.
농지전용 같은 약속이 남발되고, 허가도 없이 공장부터 먼저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서는 이런 일을 아예 선(先)투자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렇게 중국에 진출해 있다.
지금 그들에게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인사는 '차이나 쇼크는 한국 언론의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번씩 현장에 가보기나 하는 것인지….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