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시장을 통해 주식시장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당초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주식시장의 기본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경기 변화에 바탕을 둔 현물시장이고 선물.옵션 시장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도구"쯤으로 여겨져온 탓이다.

하지만 최근 선물시장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선물·옵션 시장의 주요 지표들은 증시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선물·옵션은 향후 주가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투자 지표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물·옵션 투자지표 가운데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은 베이시스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인 선물시장의 베이시스는 선물가격이 현물 KOSPI200 지수보다 높은 콘탱고의 경우 장차 주가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대의 경우인 백워데이션은 미래 가치에 대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주식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베이시스 변화는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하기 때문에 장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물이 선물 가격보다 비싸지면(백워데이션)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려는 매도차익 거래가 발생해 현물지수 하락을 유발하는 게 대표적인 현상이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는 장중에도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움직임을 보고 시장을 예측할 순 없지만 일정한 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상태가 낙관적이냐,비관적이냐를 분석하는 데 좋은 지표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대한투자증권은 일반적으로 KOSPI200 현물지수가 20일 이동편균선을 상향 돌파할 경우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에서 콘탱고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옵션시장의 풋-콜 레이쇼(ratio)도 장세 진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풋옵션 가격을 콜옵션가격으로 나눈 비율인 풋-콜 레이쇼가 상승하면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에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콜옵션에 투자자들이 몰릴 경우엔 레이쇼도 하락해 낙관론이 우세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콜옵션의 내재 변동성이 상승하는 것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반대로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상승하는 것은 투자 심리가 주가 하락으로 기울고 있음을 나타낸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