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들로네를 향한 최후의 리스본 결투.' 개최국 포르투갈과 반란의 주역 그리스가 오는 5일 새벽 3시45분(이하 한국시간)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대망의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패권을 놓고 리턴매치를 벌인다.

지난달 13일 개막전에서는 그리스가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와 안겔로스 바시나스의 연속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1골을 만회한 포르투갈을 2-1로 꺾었다.

1968년 이후 양팀간 상대 전적은 3승4무3패로 의외의 호각지세. 리스본에서는 유로92 예선과 96년 친선경기에서 맞붙어 포르투갈이 모두 1-0으로 이겼다.

전문가들은 코칭스태프의 전략과 수비력에서는 양팀이 엇비슷하지만 미드필드와공격진은 포르투갈이 우세하다는 전력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든 면에서 '언더독' 그리스(FIFA 랭킹 35위)가 '이베리아의 강자' 포르투갈(22위)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상승 분위기는 프랑스와 체코를 연파한 그리스가 분명히 더 강하게 타고있다.

한번도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 팀끼리의 정상 다툼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포르투갈은 84년과 2000년 4강이 최고 성적이고 그리스는 80년 본선에 한번 올라온 게 전부다.

'황금세대'와 '백금세대'의 힘이 결합된 포르투갈은 팀의 기둥 루이스 피구가준결승 네덜란드전부터 살아났고 19세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 데코, 마니셰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고민은 원톱 스트라이커 파울레타. 아직 골맛을 보지 못한 파울레타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고 전형적인 '조커 카드' 누누 고메스를 선발로 내기에도 꺼림칙하기 때문. 카르발류, 안드라데, 미구엘, 누누 발렌테의 수비진은 세대교체를 통해 힘을 배가한 느낌이다.

그리스는 지시스 브리자스와 안겔로스 카리스테아스가 스트라이커로 나서지만준결승에서 수비수 델라스가 실버골을 낚았듯이 '킬러'가 따로 없다.

미드필더진의 중량감은 포르투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델라스, 카프시스, 세이타리디스, 피사스가 번갈아 늘어서는 수비라인 만큼은 프랑스, 체코를 맞아 2경기무실점의 철벽 방어막을 구축했듯이 든든하다.

그리스는 무엇보다도 치솟을대로 치솟은 선수들의 사기가 강점. 델라스는 "신이 우리에게 승리를 선물할 것"이라고 했고 기아나코풀로스는 "지금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결코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상 첫 용병 감독끼리의 결승 맞대결도 흥미롭다.

브라질 출신으로 삼바군단을 2002한일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로 '말'을 갈아타고 전무후무한 메이저대회 연속 제패에 도전한다.

'오토 대제'로 불리는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개막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겼지만 전술적인 양상은 달라질 것"이라며 "포르투갈은 더 강해졌고 우리는 다시 아웃사이더가 되겠지만 축구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