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마지막 남은 1명의 '와일드카드' 선발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에서는 기준 연령인 23세 초과 선수(와일드카드)를 3명까지 쓸 수 있는데 현재 유상철(요코하마)과 송종국(페예노르트)만 확정된 상태.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기술위원회를 열어 이들 2명을 올림픽에 보내고 2004아시안컵이 끝난 뒤 김 감독의 요청이 있을 경우 김남일(전남)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2004아테네올림픽에 대비, 1일 대전에서 올림픽팀을 소집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 김 감독은 '김남일 카드'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2004를 관전해 보니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가장 컸다"며 "김남일을 달라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아시안컵이 8월7일 정도 끝난다고 봤을 때 시차도 있고 무엇보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다. 지금 생각으로서는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김태영(전남)을 대안으로 모색했으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성인대표팀 감독이 노련한 수비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명,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묘수 찾기에 골몰하던 김 감독은 이틀전 A팀의 미드필더인 정경호(울산)에 눈을 돌려 협회측에 'SOS'를 쳤다.

여기에는 어지간한 포지션은 능히 소화하는 박지성(에인트호벤)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스피드와 투지가 뛰어난 정경호을 투입하면 공격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A매치가 잇따라 예정돼 있고 아시안컵도 목전에 둬 자신 역시 코가 석자인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정경호 말고는 더 이상 답이 없다. 협회가 본프레레 감독이 오기전에 와일드카드를 확정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한 뒤 "지금으로서는 대안이 없으나 팀에 도움이 된다면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딜레마에 빠졌음을 드러냈다.

한편 김 감독은 소속팀에서 올림픽 출전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고 있는 박지성 등 해외파 선수의 차출과 관련해 "박지성 문제도 잘 풀릴 것으로 믿고 있으며 유상철과 송종국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흥섭 전무 등 협회 인사들은 오는 5일부터 요코하마 등 해당 구단을 방문, 차출 협조를 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