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사간 핵심 쟁점이 되고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비정규직' 정의를 명확히하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앞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이날 '비정규직 쟁점과 개선방향' 및 '고용형태별 근로현황 및 대응기조' 등 2건의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이 근로자 2명 중 1명 꼴이라는 노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체 근로자의 22.3%인 316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유연성을 높이고 당분간 정규직의 임금인상이 비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재계가 본 비정규직 = 전경련은 '비정규직 쟁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비정규직은 △고용계약상 근로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기대근로시간을 1년 이하로 예상하는 근로자 △고용계약에 근로시간을 1년 이하로 명시한 근로자 △시간제근로자 중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인 근로자 △비전형 근로자중 호출, 재택,파견근로자로 제시했다. 전경련은 이 정의에 따라 비정규직은 전체근로자의 22.3%인 316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계가 비정규직 규모를 전체근로자의 55.4%인 784만명으로 추정, 근로자 2명중 1명을 비정규직으로 보고있는 것이나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른 2003년도비정규직 규모 464만명(32.8%)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노동계의 경우 정규사원을 제외한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정부는 임시직을 포함, 근로지속이 가능한 근로자를 제외한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간주하고 있다. 전경련은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근로기준법이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표 등에 없는 개념으로 정부와 노동계, 경제계, 학계가 모두 해석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고용형태인 비전형근로자(호출, 재택, 파견, 용역, 독립도급 근자)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앞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가 선행돼야 하며 ▲정확한 비정규직의 정의 및 규모 파악이 정책적으로 필요하고▲비정규직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비전형근로자의 적절한 활용은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 실태조사 결과 = 전경련이 지난 4월 서강대 경제학과 남성일 교수에게의뢰해 136개 회원사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형태별 근로현황 및대응기조'에 따르면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자사 소속 근로자로 국한하고 있는 것으로조사됐다. 응답업체 중 계약직(66.7%), 일용직(47.5%), 시간제 근로자(40.8%)를 비정규직으로 보는 경향은 비교적 높게 나타난 반면 도급근로자, 용역근로자 등 타사소속 근로자를 자사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응답은 각각 26.7%와 25.8%에 그쳤다. 정규직 대비 평균 인건비 수준은 계약직(82.5%), 도급근로자(78.2%), 파견근로자(73.6%) 등으로, 정규직 노조가 있을 경우에는 계약직 81.7%, 도급근로자 76.3%,파견근로자 71.7% 등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인건비대비 생산성은 정규직(95.4%), 계약직(89.9%), 도급근로자(88.1%), 파견근로자(86.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 이유에 대해서는 '생산성, 근속년수 등 객관적 변수의 차이에 따른 합리적 결과'라는 응답이 59.7%에 달했으며 '비정규직의 처우가 나쁘다기보다는 정규직의 처우가 지나치게 높다'(22.6%)는 응답이 '정규직의 처우는 적당하며 비정규직 처우가 차별로 인해 지나치게 낮다'(17.7%)보다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 해소방안으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유연성 제고(69.6%)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비정규직 임금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당분간 정규직의 임금상승이 자제돼야 한다(34.4%)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27.2%) ▲비정규직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14.4%) ▲비정규직의 산별노조가입을 통해 단체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2.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고용형태별 임금인상 결정요인과 관련, 정규직은 단체교섭과 인사고과가 각각 66.7%로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계약직과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들은 숙련도(생산성)와 직종경력 등이 임금결정에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향후 고용계획에 대해서는 정규직의 경우 현 규모를 유지(52.1%) 또는 축소(20.7%)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일용직과 시간제, 파견근로자, 도급근로자 등은신축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견이 50% 안팎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활용이유에 대해서는 업무가 단순.반복적이어서 정규직에 맞지 않거나(43.5%), 인건비 절감(35.2%), 일시적 결원보충(33.3%) 등을 들었다. 전경련은 "정규직의 임금이 생산성과 무관하게 단체교섭으로 인상되고 있으며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앞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