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에 대한 정부의 초동 대응이 극히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주장하는 가운데 선(先) 진상조사 입장인 여권 내부에서도 점차 문책론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때문에 내주 중반으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확산되는 문책론=한나라당은 대대적인 인책공세에 나섰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번 참극은 이 정권의 총체적 외교무능과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며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외교부 장관,국정원장의 경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권 내의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진상조사가 우선이고 문책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천정배 원내대표)라는 게 여권의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인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김모 의원은 "차제에 외교라인 전반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고,박모 의원도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며 조기 교체를 주장했다. ◆개각폭 커질까=당초 개각은 통일 문광 복지부 장관 등 3명으로 예정됐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외교·안보라인이 개각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개각은 중폭이 될 수도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반기문 장관의 경질과 국정원장의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이 'AP통신 문의 의혹' 진상 규명을 외교부 자체 감사에서 감사원 조사로 전환한 것은 외교부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에 외교부는 물론 국정원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포함되자 문책대상이 이들 부처에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의 이모 의원은 "반기문 장관이 역량있는 분이지만 흐름은 경질쪽"이라면서 "관건은 야당에서 지목하고 있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거취"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누누이 강조해온 게 국정원의 해외정보 역량강화였다는 점에서 국정원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감사원 조사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3개 부처 장관만 바꾸고 외교·안보라인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추후 경질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여당 내 분위기와 야당의 '문책성 개각'요구에 대해 청와대측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