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지 벌써 3주일이 지났는데 아직 원 구성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하고 있어 몹시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김선일씨의 생사마저 불분명한데도 국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등 속수무책이고,행정수도 이전 등 산적한 경제·사회적 현안들을 외면한 채 자기 당의 이익챙기기에만 골몰해있는 모습은 한마디로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지난 5일 개원한 후 의장단을 뽑은 것 말고는 그동안 한 일이 전혀 없는게 사실이다. '상임위원장은 국회의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선출한다'는 국회 스스로 만든 법까지 어기면서 여야는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 것인지,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싸움만 벌이고 있다. 여야간의 밥그릇 싸움에 국정이 볼모로 잡히고 민생은 도외시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모습이 총선후 여야 대표가 만나 '협약'까지 맺었던 상생의 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 차원에서 시급히 챙겨야 할 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랍사건 말고도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놓고 온나라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정책 당국의 수장들마저 당초의 낙관론을 접고 비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등 경제현실이 갈수록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추가경정예산의 조기편성을 통한 경기진작,투자촉진을 위한 기업규제개혁 등 특단의 대책마련도 하루가 급하다. 노사문제는 본격적인 하투(夏鬪)가 우려되는 등 심상치 않은 상태이고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문제의 합리적인 해법도 나와야 한다.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후속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국회가 이런 국정 현안들을 제쳐놓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마저 무시해도 될 만큼 예결위의 상설화나 법사위원장 자리 문제가 중요한 것인지는 정말 의문이다. 지금은 여야가 서로 한걸음씩 양보해 국회의 기능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여야가 자리싸움이나 하면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사이 민생은 더욱 어렵게 되고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더이상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전에 여야는 '상생정치'의 다짐을 되살려 양보와 타협으로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산적한 국정현안부터 논의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