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는 달리 제3차 북핵 6자회담의 첫 날인 23일을 아예 `양자회담의 날'로 정하자는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그동안 사전 접촉에 이어 21일 제2차 실무그룹회의에서도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제안에 한국도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의장국인중국이 느끼고 있는 `절박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작년 8월 1차 6자회담을 주재한 이후 이번 3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10개월간 평양과 워싱턴D.C를 오가며 주요 당사자인 북-미 양국을 중재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어느 선 이상으로 좁혀지지 않은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벌써부터 부시 미행정부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6자회담 무용론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3차 회담에서 뭔가 `손에 잡히는'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6자회담의 틀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이 "미국은 회담에 소극적이고 북한도 미국의 태도를 보고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며 한국과 중국만 몸이 달아 있는 형국"이라고 말한 것이 그 같은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재 북-미간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폐기) 원칙과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 여부, `핵동결 대 상응조치(보상' 문제와 관련해 서로 한 치도 양보없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핵동결 대 상응조치'와 관련, 미국은 북한이 먼저 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 계획과 폐기 일정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북한은 먼저 보상책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를 놓고 지루한 공방을 되풀이할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는 23일 본회담을 열어봐야 북-미간 논쟁만되풀이할 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인 만큼, 본회담 개막날짜를 하루 이틀 늦추더라도 사전에 북-미간에 실질적 논의를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음직 하다. 결국 중국이 23일을 `양자회담의 날'로 잡으려고 하는데는 북-미 양측이 긴 시간 서로 마주 앉아 핵심쟁점을 놓고 `제대로' 따져보라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 양측 모두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질적 성과를 마련하기 위한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어떤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양자회담의 날'을 적극 추진하는 중국의 의도에는 이날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제2차 실무그룹회의 차원에서는 타협점을 찾기 힘든 큰 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을 놓고 북-미간 직접대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2차 실무그룹회의에서 걸러진 `큰 사안'을 놓고 북-미 양측이 대면해치열하게 따져보고 그런 연후에 본회담을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의 의도대로 23일이 `양자회담의 날'이 되느냐 여부와,그 날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경우 양측간 최소한의 접점이 찾아지느냐 여부가 사실상 이번 3차 6자회담 본회담의 성패를 가르지 않을 까 예상된다. 이와 함께 `형식보다는 내용을 챙기자'는 중국 특유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 유.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