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은 요즘 양복 차림에도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지난달 29일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사무노위) 간부와 회사 임원간 가진 축구 경기에서 골절상을 입어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기 때문이다. 라일리 사장은 이날 축구경기에서 전후반 15분씩 30분 내내 미드 필더로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유길종 사무노위 위원장은 "닉 사장의 나이(54세)를 감안하면 경기 내내 뛰는게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인 닉 사장의 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사무직 노동자 단합 한마당'은 임직원간 정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라일리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 화제다. GM대우는 임직원이 1만명을 넘는다. 외국인이 사장인 국내 기업중 근로자 수가 가장 많다. 직원이 많은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닉 사장이 근로자들에 한발 다가서 함께 호흡하는 스킨십 경영을 실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자들과 접하는 기회를 자주 갖을 수록 언어의 한계도, 문화적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열린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도 확인됐다. 경기도 수원 근처에 있는 라비톨 리조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그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행동을 같이 했다. 심지어 자정까지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일체감을 다졌다고 한다. 같은 취지에서 그는 지난 5월 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노조 간부와 회사 임원진간 노사화합을 위한 친선 경기에도 출전했다. 라일리 사장의 스킨십 경영은 근로자 중시 경영으로 이어진다. 회사의 중요한 정책은 언론보다 임직원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지난 3월 1조 7천억원의 투자계획을 언론에 발표할 때도 군산과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먼저 가졌다. 라일리 사장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형성할 1차적인 책임은 최고경영자에 있다는 소신으로 직원들을 대한다고 한다. 그래서 때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소탈한 그의 행보가 협력적 노사관계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