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실명제 시행과 경기침체 등으로 많은 공개기업들이 지난 1분기에 접대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12월결산 상장법인 61개사 중 지난 1분기(1∼3월) 분기보고서에 접대비 항목을 기재한 39개사의 경우 69.2%에 해당하는 27개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접대비 씀씀이를 줄였다. 이들 39개사의 1분기 접대비 지출 합계는 222억4천900만원으로 작년 동기의 267억9천600만원에 비해 17.0 감소했다. 이중 접대비를 30% 이상 축소한 기업은 10개사인 데 비해 10% 이상 늘린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특히 LG건설(-83.8%), 대림산업(-69.7%), 대우건설(-52.6%), 현대산업개발(-36.8%), 현대건설(-8.2%) 등의 건설업체들은 접대비를 대폭 삭감하며 '큰 손'의 이미지를 떨치려는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접대비를 공개한 9개 금융기관의 경우 전북은행(7.3%), 기업은행(3.5%) 등 5곳이 소폭이나마 접대비를 늘려 다른 업종에 비해 씀씀이에 여유를 부렸다. 다만 삼성전자, SK텔레콤, KT, 국민은행,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분기보고서에는 판매관리비 세부항목을 기재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접대비 지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접대비 지출 줄이기는 기업 규모가 적은 코스닥등록법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 지난 1∼3월중 접대비 지출 내역을 공개한 85개사의 경우 접대비 지출을 줄인 기업이 47곳으로 접대비 씀씀이를 늘린 37곳보다 많았다. 이들 기업의 접대비 합계는 52억3천200만원으로 작년 동기의 60억4천만원에 비해 13.4% 감소했다. 작년 1∼3월중 1억원 이상을 접대비로 썼던 24개사에 국한하면 70%에 해당하는 14개사가 접대비 지출을 축소한 가운데 접대비 총액이 37억8천200만원에서 30억4천500만원으로 19.49% 감소, 조사 대상 전체 기업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이는 접대비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일수록 접대비 축소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돼 접대비 쓰기가 까다로워진 데다 경기마저 좋지 않아 접대비를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