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사수하라." 최근들어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이 지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하면서 M&A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게 첫번째 이유다. 국내 기업에 의한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최대주주의 지분이 낮은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오롱 효성 등과 같이 계열사는 많은데 최대주주 지분율이 30%에 못미치는 기업은 더욱 그렇다. 이들 기업의 대주주들은 지난 4월26일부터 시작된 주가급락을 지분율 확대의 호기로 보고 있다. 경영권 방어와 주가안정이란 두가지 목표를 내걸고 빠른 속도로 지분율을 늘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등 3형제는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효성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수했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은 16,17일 이틀간 3만9백20주를 매입했으며 차남인 조현문 경영전략담당 상무도 1만7천2백50주를 사들였다. 3남인 조현상 경영혁신담당 상무도 5만9천4백90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조현준 부사장은 지분이 6.64%로 늘었고, 조현문 상무는 6.30% 조현상 상무는 6.25%로 높아졌다. 효성 오너 일가는 올초부터 경영권 방어 및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꾸준히 지분을 확대, 연초 24.70%던 최대주주 지분율이 이날 현재 35.90%까지 치솟았다. 코오롱도 최대주주 지분이 급격히 확대되는 대표적 기업이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올들어 코오롱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연초 19.98%에 불과했던 이웅열 회장 외 6인의 지분율이 현재 28.13%까지 늘어났다. 동부건설 김준기 회장이 지난 5월 계열사인 아남반도체 주식 1백75만주를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 25.85%였던 아남반도체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현재 28.04%에 달하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최대주주가 이에 대비하려고 개인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지난 7일부터 11일간에 걸쳐 INI스틸 주식 1백98만9백58주(2.0%)를 추가 매입했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10.76%로 높아졌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의 자사주 매입방식을 벗어나 오너 일가가 총동원돼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게 최근의 특징"이라며 "오너측은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율 확대를 가장 안전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어 지난해 SK㈜ 사례에서 보듯 막상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순간엔 백기사 등 우호세력에 매각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