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節電)이 중국 에어컨 시장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중국에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지난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에어컨 마케팅의 화두였던 '건강'이 그 자리를 '절전'에 내주게 된 것이다.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는 16일 가전 양판점인 베이징 궈메이전기의 왕훼이원 사장의 말을 인용, "절전 에어컨이 지난주에 평소의 5배 수준으로 팔렸다"고 보도했다. 에어컨 판매가 전력난에 민감한 것은 전력 소비량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에어컨의 전력소비는 여름철 중국 도시 전력 사용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기료 추가인상을 추진 중이다. 또 에어컨의 절전 능력을 5등급으로 세분화한 새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기준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한눈에 에어컨의 절전 능력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5등급의 최하위 단계에도 못 드는 에어컨은 판매가 금지된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중국에서 팔리는 에어컨의 28%가 불합격 판정을 받을 것으로 중국 가전협회는 분석했다. 새 기준은 내년 2월에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이얼 LG 삼성전자 히타치 등 중국 에어컨시장을 주도하는 20여개 업체들은 절전기능을 내세운 마케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하이얼은 직류 컨버터 기술을 활용해 48%까지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에어컨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관계자는 "작년 10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내놓은, 최고 50%까지 절전이 가능한 에어컨 '2-COMP'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 들어 에어컨 판매가 작년에 비해 30~40% 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시가 최근 물값 인상을 추진할 만큼 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절수 세탁기가 유망한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에너지 및 자원 절약 가전제품이 중국의 유망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