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이크론은 지난 3월 '노경 공동 TDR(Tear Down & Redesign)'를 신설해 업무 합리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활동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기본급 6.1% 인상을 내용으로 한 임금협상안을 무교섭으로 타결지으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지난 4월부터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조기 도입한 이 회사는 이로 인한 실질임금 상승분만 8~1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금 인상을 포함, 올해만 실질임금 인상률이 15%에 육박하게 된다. 조영환 사장은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국내와의 인건비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 간격은 노사 공동의 노력으로 메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의 절반은 노조 몫 LG마이크론은 노조와 경영진이 함께 참여하는 '1등 LG 실행위원회'를 설치,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액션플랜을 입안, 실행하고 있다. 6시그마 프로젝트 등 수익 창출을 위한 원가절감과 생산혁신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액션플랜을 실천하고 있다. 성과급제도와 복리후생제도, 현장사원 인사체계 개선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노사 공동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와 회사대표 11명씩이 운영하는 디지털 노경(勞經)위원회도 설치돼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회사의 경영계획과 실적에 대해 설명을 듣고 불가피한 인력의 전환배치나 고용조정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은 단체협약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한다. 2년에 한 번씩 단체협약 개정을 놓고 노사갈등이 벌어지는 일부 대기업의 사례는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다. 실제로 LG마이크론은 지난 2001년 모니터용 섀도마스크의 가격경쟁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대안은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 지역은 중국으로 결정됐다. 당장 6백여명에 이르는 생산직의 고용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회사는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이 제품의 생산라인 인원을 순차적으로 2년간에 걸쳐 2백명까지 줄이고 나머지 인원은 신규사업을 위한 재교육을 실시키로 합의했다. 중국공장에는 생산관리를 위해 단 7명만 내보내기로 했다. 이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매출이 지난 2000년 3천2백87억원에서 지난해 4천9백24억원으로 3년만에 50%나 성장했다. 노조가 생산성 향상 범위내에서 임금을 인상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기업가치의 파수꾼 노조 현대하이스코의 노조간부는 주기적으로 현장 판매대리점을 방문, 공장에서 생산된 각종 철강제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선 판매현장에서 나오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가격 정보도 취합, 판매 유통망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도 물론 점검대상이다. 이처럼 노조가 회사 경영성과를 높이는 최일선에서 맹활약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조선ㆍ중공업 노조의 경우 생산현장의 위해요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역시 생산직 중심의 노조활동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의 비결은 노사간 신뢰라는 설명이다. 종업원ㆍ고객ㆍ회사는 하나라는 '원이즘(ONEISM)'이라는 독특한 기업철학을 갖고 있는 한국번디는 생산현장의 개발과 생산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생산직 사원들의 식사시간에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조업을 대신한다. 한국번디는 최근 4년 동안 연 평균 30%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고 1인당 부가가치는 2백45% 증가했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도 역량의 절반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입해야 한다"며 "사업성과가 종업원의 복지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가치의 향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