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이 통일ㆍ외교 사회복지 국방 환경 등 비(非)경제분야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산업ㆍ중소기업분야 예산 증가율도 복지나 국방 등에 못미칠 것으로 분석돼 재정의 경기기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신행정수도 이전과 미국 감축 등이 본격화할 경우 비경제분야에 대한 예산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돼 '성장 잠재력 확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기획예산처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53개 정부 부처의 내년도 예산요구안을 발표했다. 성장에 소홀한 내년 나라살림 정부 각 부처가 내년에 필요하다고 요청한 예산(일반회계 기준) 규모는 올해 예산(1백18조4천억원)보다 11.7% 늘어난 1백3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획예산처가 일정한 한도를 주면 이 범위 내에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상하는 일명 '톱다운(top-down)' 방식이 도입된 결과 각 부처의 요구예산 증가율은 예년의 25% 안팎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별회계까지 합친 전체 예산 요구안은 5.0% 증가한 1백95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분야별로는 '통일ㆍ외교' 부문의 예산증가율이 17.3%로 가장 높았다. 국방(12.9%) 환경(11.9%) 연구개발(11.8%) 사회복지(10.4%) 농어촌 지원(8.1%) 부문의 예산도 대폭 확대됐다. 연구개발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성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들이다. 게다가 경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보다 오히려 1.0% 줄어들었다. 산업ㆍ중소기업분야 예산증가율도 국방이나 환경의 절반 수준인 6.1%에 그쳤다. 특히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전력증강 요구가 이번 예산 요구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내년 예산안에서 비경제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들어 국방 복지 등에 대한 예산 부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만큼 내년 이후 국가재정의 경기기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시책사업 몰아주기 전체 예산 요구액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에 대한 예산은 대폭 증액됐다. 지역특화사업 육성에 올해보다 53.5%나 많은 3천6백억원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인천공항 2단계 건설사업에 들어가는 예산도 올해보다 65.4% 늘려 잡았다. 국민임대주택 예산 요구액도 9천4백95억원으로 27.8% 증가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에도 기본 계획수립 및 공모전 개최 등에 1백22억원이 요구됐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