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려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방향..曺夏鉉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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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금융감독기구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가 또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의 개편논의는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 조직의 지속적인 확대개편과 뒤얽혀 소모적 반발만 일으켰다.
참여정부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과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보지만,현재 진행 중인 개편논의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우선 감독조직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데에는 폭넓은 동의가 이뤄진 것 같다.
현 체제는 재경부,금감위(정확하게는 금감위소속 공무원),금감원이 감독업무를 중복 수행하고 있다. 이에따라 감독부실에 따른 책임도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공무원조직으로 하느냐,공적민간기구로 하느냐로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구개편 논의 방식은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일단 개편논의의 추진동기와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금융감독체제를 설계함에 있어 영국과 호주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와 금융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기반이 되는 금융감독체제를 단지 몇 사람들이 단기간에 졸속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조직설계 능력이 모자라서 그랬던 건 아닐테고,시장의 관점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도개편 논의에 금융시장 참가자,금융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금융감독이 시장에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오늘날 금융선진국이 되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금융감독기구 개편 필요성은 금감위소속 공무원조직과 금감원간 기능중첩,책임·권한 불명료라는 매우 뚜렷하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제기됐다.
물론 이는 카드부실사태와 대규모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과거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적인 고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이러한 문제가 금융감독기구가 민간조직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감독기구의 공무원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체제개편 논의가 아니라 금융감독기구의 설치목적과 중립성·책임성·효율성·전문성 제반 측면에서 적합한 기구형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특별심포지엄을 개최한 학계와 금융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융관련 5개 학회는 공적민간기구로의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고 경실련의 금융전문가 대상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첩된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이 필요하며 공적 민간기구로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게 금융감독기능을 맡기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학계와 금융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면 공무원들이 금융 선진화라는 국가적인 과제를 외면하고 조직과 권한의 확대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모 대학 특강에서 강조했듯이 참여정부의 제1,제2의 국정원리는 원칙과 신뢰,공정과 투명이다.
중립성과 전문성이 핵심인 금융감독기구 개편문제는 밀실에서 몇사람에 의해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통제력의 확대가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도 적절한 금융감독을 위해 민간전문가를 과감히 영입하고 자체 감사기능을 강화해 감독업무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자기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금융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