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를 보내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의 국가원수가 사망했을 경우 전.현직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조문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총리가 없을 경우에는 전직 총리 가운데 명망있는인사가 조문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관행에 따라 이번에도 정부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복수의 전직 총리가 거론됐고, 노 대통령은 이들 후보 가운데 고 전 총리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여러명의 후보 가운데 굳이 고 전 총리를 택한 것은 외교적관행 이외의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가 `조기 개각'을 위한 제청권 행사를 놓고 마찰을 빚어왔고 결국 고 전 총리가 조기 퇴진쪽으로 결론내리면서 결별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 사이의 `껄끄러움'은 고 전 총리가 사퇴한 이후에도 일부 감지됐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고 전 총리의 애독서인 `열국지'(列國志)를 거론하며 "열국지 시대의 리더십을 갖고와 저더러 (그렇게) 하라는 사람이있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해, 한때 고 전총리를 겨냥한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전 총리가 지난달 4일 `열국지'를 총리실 출입기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의인물용,용인무의'(疑人勿用, 用人無疑. 의심스러운 사람을 쓰지 않고 한번 쓴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이 저의 인사원칙"이라고 소개한 것과는 대조되는 것은 사실. 이처럼 아직도 갈등기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고 전 총리가 정부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발탁되자 청와대가 고 전 총리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아울러 고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했던 탄핵정국 63일의 국정 움직임을엮어 비망록을 발간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번 결정과 전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측은 "전적으로 관행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