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채무자회생법' 惡法안되려면..朴承斗 <한국도산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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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용불량자수가 급격히 늘어나 약 4백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가족을 합치면 대략 1천만명은 되지 않을까? 그럴 경우 200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약 4천6백만명인데 이중 신용불량자와 그 가족은 전체 인구의 약 22%를 차지하게 된다.
이 정도면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기반을 통째로 흔들 수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문제가 크게 확대된 데는 본인은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에 동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들 중에서 어떤 사람을 구제할 것이며 어느 정도 감면해 줄 것인가에 관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감면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하므로 무조건 안된다고 하거나 무분별하게 허용할 수도 없다.
이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감면은 극력 터부시해 왔다.
이는 지극히 안일한 생각이라고 본다.
개인채무자 문제는 첫째, 가족 및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둘째, 스스로 생활 능력이 없는 개인채무자에게는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셋째, 기업에 대한 원금감면과 비교할 때 형평이 맞지 않으며 넷째, 회생절차에서 감면이 안되면 결국 개인파산절차로 가게 되고 이는 신용질서를 위협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채무자를 구제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개인 신용의 관리방법을 과학화하고 문제의 예방을 위한 교육 등에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채무자회생법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될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해 그 대비책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
첫째, 법원의 인력과 조직의 문제이다.
현재 신용불량자가 약 4백만명이나 되고 이 법에 의한 구제신청은 현재의 신용불량자뿐만 아니라 장래 지급불능이 우려되는 자도 할 수 있으므로 이 법에 의한 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약 1천만명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이중 10%인 1백만명만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접수창구는 마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이 법은 현재 시행중에 있는 개인워크아웃제도와 아무런 연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위해 금융회사를 통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배드뱅크까지 설립했지만 제도적 한계성으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보다 더 무서운 정책적 해이(policy hazard)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원금감면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용불량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법이 시행되면 신청이 폭주할 것이고 여기서는 원금감면을 상당부분 인정할 것으로 예상돼 개인워크아웃제도와의 괴리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그 결과 개인워크아웃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법에 의한 변제는 8년 이내에 행해져야 하는데 이 기간에 전체 채무의 어느 정도를 상환해야 하느냐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관계자는 90%의 원금감면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파장은 엄청나리라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악법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원금감면이 대폭적으로 행해지면 개인에 대한 부실채권을 과다보유한 금융기관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쳐 일부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역으로 문제를 증폭시키는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