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남한은 연구개발(R&D)기지, 북한은 생산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으로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겠습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첫 입주업체 중의 하나로 선정된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사장(58)은 "개성공단 입주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출장 중에 입주업체 선정 소식을 들은 김 사장은 6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장 면적이나 생산능력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7일 귀국하는 대로 토지공사 등과 협의해 최종 계약을 맺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재영솔루텍은 지난 28년 동안 플라스틱 사출금형기술을 축적해온 국내 굴지의 금형제조회사로 휴대폰·자동차 등에 쓰이는 금형과 전자ㆍ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천1백8억원에 달했고 종업원은 약 4백20명이다. 김 사장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금형부문은 인천에서 계속 만들고 개성공단에서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전자ㆍ자동차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초기에는 2백만∼3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점차적으로 투자규모를 늘려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의 임금 수준을 남한의 20% 정도로 잡고 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생산기지에 비해 언어적인 문제가 없는 점이 개성공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그러나 설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전기 등 인프라와 물류 등의 제반 여건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로 북한 생산직원들의 기술연수를 꼽았다. 김 사장은 "개성공단에서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북한 생산인력이 남한에 와서 연수를 받거나, 남한 기술 전문가들이 개성공단에 자유롭고 신속하게 드나들면서 기술지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76년 재영솔루텍을 설립한 김 사장은 96년부터 금형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 표창과 은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