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사기 '경보' .. 건설사 설립 1천만원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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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집을 처분할 일이 생긴 이모씨(여·서울시 면목동)는 지난달 '광고만 내면 고가로 신속 처분해준다'는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냈다가 80만원을 날렸다.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된다며 자신의 집까지 광고지를 보내줘 안심하고 계약금을 입금했는데 알고보니 광고를 내는 사람들에게만 광고지를 우송하는 수법에 감쪽같이 속았던 것이다.
이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2천여명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수백만원씩 총 28억여원을 뜯어낸 사기단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부동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급한 사업자들의 심리와 급매물 거래의 취약점을 악용한 사기수법이 난무하고 있는 것.
지난 4월 강남에서 벌어진 '재개발 물딱지'사건은 서민들의 '부에 대한 욕구'를 노린 대표적인 사례. 부동산개발업자인 박모씨(31세·구속)는 '1년 이내에 강남권 재개발 예정지의 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영세서민들을 속여 철거 예정 가옥도 아닌 낡은 집들을 7천만원 상당에 팔아 총 60억원을 가로챘다.
불황 장기화에 허덕이는 건설업체의 약점을 노린 불법행위도 등장했다. 4일 검찰에 구속된 정모씨(여·54)는 전국에 자금동원 능력이 없어 법인등록을 하지 못하는 건설업체가 많다는 점을 알고 사채업자 유모씨(55·구속),공인회계사 이모씨(55·불구속) 등을 끌어들여 1백82개 소규모 건설업체를 정식 법인으로 등록시켜줬다. 검찰에 따르면 10억원 정도가 필요한 건설법인 등록이 정씨를 통하면 1천만원이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법인 산하의 오민석 변호사는 "대행업자가 보여준 위임장만 믿고 연립주택을 분양받았다가 땅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당했다는 상담사례가 최근 3∼4건이 있었다"며 "사기단들은 투자자와의 계약 하루 전 땅주인과의 위임계약을 몰래 해지하는 수법을 쓴다"고 말했다.
이 경우 빌라를 분양받은 사람은 '법적권리'가 없는 업자와 계약을 한 셈이어서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관우·정인설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