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1천580달러)여자 단식 우승컵은 러시아 선수끼리 다투게 됐다. 러시아의 엘레나 데멘티에바와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에서 차례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파올라 수아레스(아르헨티나)와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를 각각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남녀 그랜드슬램 대회를 통틀어 러시아 선수끼리 결승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이 대회 챔피언 캐프리아티를 맞아 4강전을 치른 미스키나는 단 61분만에 2-0(6-2 6-2)으로 손쉽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캐프리아티는 1세트에서 3게임을 내리 내준 뒤 2-3까지 추격했으나 30분만에 3게임을 뺏기면서 맥없이 무너졌다. 미스키나는 이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에 앞서 데멘티에바도 수아레스에 맞서 시종 경기를 압도하면서 1시간 24분만에 2-0(6-0 7-5)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미스키나와 데멘티에바는 6세 때 처음 만나 같은 코치 밑에서 배우면서 주니어선수 활동을 함께 하면서 복식 경기에 출전하는 등 10년간 알고 지내는 사이다. 미스키나는 "하드 코트를 좋아하는 우리가 클레이코트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신력이 승부의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데멘티에바도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프랑스오픈 결승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꿈을 이뤄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세계 랭킹 8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데멘티에바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통산 3번 타이틀을 땄다. 이 대회에서 러시아의 나타샤 즈베레바가 지난 88년 결승에 진출한 적 있으나독일의 슈테피 그라프에게 단 한 게임도 얻지 못하고 2-0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고앞서 74년 올가 모로조바는 크리스 에버트에게 져 두 차례의 결승에서 러시아 선수가 고배를 마셨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