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듯 하던 내수시장이 다시 곤두박질 치면서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분위기다.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할인 판매, 장기 무이자판매 등 '극약처방'까지 서슴지 않던 업계는 각종 마케팅 활동에도 전혀 수요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 아래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하는 등 장기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연내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 내수 목표를 줄여잡는 등 사업계획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마케팅 투자도 내년 이후로 늦추는 추세다. 주요 기업들이 '실탄(비용)'이라도 아껴보자는 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함에 따라 내수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마케팅 효과 기대할 수 없다 GM대우가 6월부터 마이너스 할부제도를 없앤 것은 고객들이 지갑을 닫은 상황에서 어떤 판촉활동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할부원금을 매달 1%씩 깎아주는 마이너스 할부제도가 없어지면 신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차종별로 1백만∼2백60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대ㆍ기아차도 어차피 차가 팔리지 않는 만큼 출혈 할인판매를 중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위스키업계도 최근 들어 판매량에 따라 도매상에게 지급하던 판매촉진비를 없앴다. 또 판매량이 많은 도매상에게 제공됐던 해외여행제공 등 각종 혜택도 폐지했다. 진로발렌타인스와 디아지오코리아는 광고 집행을 사실상 중단했다. 삼익악기 등 피아노메이커들도 지난 1ㆍ4분기 중 피아노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가량 줄자 마케팅 및 홍보비와 대리점 판매지원비를 절반 가량 삭감했다. ◆ 내수 판매 목표 낮춘다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내수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전열을 정비하려는 취지의 일환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올해 내수 판매목표를 76만대에서 71만대로 낮췄다. 기아자동차도 내수판매 목표 41만5천대 중 3만4천대를 수출로 돌렸다. 올해 판매목표를 12만2천대로 잡았던 르노삼성도 내수 실종을 감안해 6월말께 사업계획을 바꿀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도 올들어 5월말까지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품목별로 10∼20%까지 줄고 있는 점을 감안, 내수 계획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백화점 매출도 준다 내수 침체가 지연되면서 백화점 매출 감소 폭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5월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2%, 현대백화점은 3%, 신세계백화점은 3.4% 각각 줄었다. 백화점업계는 1ㆍ4분기가 지나면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자 당황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상당기간 내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익원ㆍ장규호ㆍ문혜정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