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청계고가와 삼일고가 원남고가 등 서울도심을 짓누르던 육중한 고가가 하나둘 철거되면서 이들 지역의 주거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고가철거 이후 일조ㆍ조망이 좋아지고 주변 블록간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주변지역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고가를 없애달라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 고가주변 살기 좋아졌네 =작년부터 올해까지 철거된 고가는 청계고가와 삼일고가 원남고가 미아고가 서울역 앞 고가(용산방면 램프) 등 5군데다. 현재 청계천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청계고가를 제외한 나머지 고가 주변 지역은 철거 이후 정비가 완료된 상태다. 이에 따라 고가철거에 따른 주변 지역의 변화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가 철거 후 이들 지역의 상가건물 매매가는 이전보다 평균 20~50%가량 올랐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성부동산컨설팅 송선희 대표는 "을지로5가에 있는 한 상가건물의 경우 삼일고가가 철거되기 전 가격이 50억원이었는데 철거 후 호가가 1백억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고가철거에 따른 기대심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가 철거 이후 조망권 등 주거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서울대병원 입구에 있던 원남고가가 철거된 후 주변의 창덕궁 창경궁 등에 대한 조망권이 좋아졌다는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삼일고가가 지나던 을지로2가∼퇴계로 주변에서도 남산일대가 훤히 보인다. 중구 을지로2가에서 장사를 하는 마인숙씨(49ㆍ여)는 "고가가 없어지고 나서 가게와 동네 분위기가 훨씬 환해졌고, 그간 고가에 가로막혀 볼 수 없었던 남산도 한눈에 들어오는 등 이만저만 좋은게 아니다"고 기뻐했다. ◆ 고가철거민원도 '봇물' =다른 지역에서도 '고가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1일 현재 서울시내에 남아 있는 고가도로는 총 88개.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중구 회현고가와 광희고가, 종로구 혜화고가, 서대문구 아현ㆍ현저ㆍ홍제고가 등 10여개 고가 주변 주민들의 철거민원이 접수됐다. 퇴계로에서 회현역으로 연결되는 회현고가 주변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측은 "회현고가 때문에 빌딩이 가려지고, 고객들이 은행에 접근하기가 힘들다"며 최근 서울시에 고가를 철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혜화고가 주변 주민들도 고가로 인해 주변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당장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고가를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 노후됐거나 제기능을 못하는 일부 고가에 대해서는 교통량 정밀분석을 거쳐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들어설 예정인 혜화고가와 한남1고가(단국대∼한남대교 방면)를 주민 민원을 고려, 철거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