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高)품질 쌀 양산체제를 갖추고 일본 유럽 등의 쌀 시장 공략을 확대해 가고 있다. 시장개방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을 겨냥, 본격 수출 드라이브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 3성(省)중 하나인 지린성(吉林省)의 창춘(長春)시에 있는 징허(菁禾)유한공사.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달 24일 오후에도 이 회사의 쌀 도정기계는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회사가 하루에 처리하는 벼는 하루 1백20t이다. 불과 37명의 인력으로 한해 4만여t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쉬훙샤(許紅霞ㆍ39) 공장장은 최신식 미곡처리 컨베이어벨트에서 흘러나오는 포장미를 가리키며 "지난해 한국에 9천t의 쌀을 수출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쌀은 대중미(米)부터 고가 브랜드쌀까지 다양하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징허' 브랜드의 쌀 출하가격은 1㎏당 5위안(元)으로 보통쌀(2.6위안)의 두 배에 이른다. 쉬 공장장은 "일본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품질수준에 맞춰 최고급 쌀을 생산하고 있다"며 "한국의 쌀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수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성(浙江省) 북부 항저우(杭州)의 농산물 가공업체 종다(中大)뉴랜드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9001 품질인증까지 받았다. 이 회사는 월마트 까르푸 마크로 등 미국과 유럽 등지의 대형 매장에서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8천만달러 어치를 기록한 녹차와 급속냉동식품의 수출액을 올해는 1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라며 "고품질 식품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재배방식 등에 대해서까지 매우 까다로운 조건으로 계약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말까지 1천만평 규모의 농지계약을 체결했다. 홍성재 주중 농무관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외자를 들여와 최신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고품질 농산물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쌀 시장에서도 중국 상품의 고품질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등에서 인기가 높은 고품종 자포니카 계열의 쌀 생산비중은 1980년 1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7%로 늘어났다. 자포니카 쌀의 주산지인 지린성은 전체 쌀 생산량의 40%를 우량미로 내놓고 있다. 우량미를 도정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되는 1등급 쌀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통쌀보다 가격이 5∼6배 비싼 유기농쌀도 생산하고 있다. 올해안으로 끝내야 하는 한국의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중국이 가장 위협적인 협상파트너로 떠오른 것은 낮은 가격경쟁력(국내쌀의 20% 수준)에다 품질 고급화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기업, 농민들 때문이다. 거대 중국이 한국에서 농산물 판매를 확대할 경우 한국의 농민들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 농업에는 한계도 있다. 서부지역 등 식량공급이 부족한 지역이 많은데다 급속한 도시화로 농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쌀 재배면적만 보면 1999년 3천1백77만ha에서 지난해 2천7백8만ha로 급감했다. 쌀을 포함한 5대 주요 곡물의 자급도는 2000년께 1백%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자급 목표율이 95%로 낮아졌다. 지린성 농업과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거대 쌀생산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국 농민들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고품질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할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ㆍ창춘ㆍ베이징=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