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은 한 목소리로 반도체 및 LCD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개발 확보 노력과 함께 적기 선행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현재 삼성은 충남 아산 탕정에,LG는 경기도 파주에 대규모 LCD복합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들 LCD단지가 완공되면 수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날 총수가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15개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연구개발 투자 포함)은 총 46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투자실적 34조원보다 34.2% 증가한 것이다. 재계는 이 같은 투자 증가율은 경기가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했던 지난 95년(45.1%) 이후 최대폭이라고 강조했다. 15개 그룹은 5월 현재까지 올해 투자계획 중 37%를 집행했다. 지난 1·4분기 중 투자 집행 비율이 16.3%로 다소 저조했던 점에 비춰 최근 투자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계는 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가 일단락되고 4월 총선 이후 정국이 안정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앞으로 그룹별로 나머지 29조원의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한다면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들이 앞장서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고 중소기업들이 뒤를 따르면 경기 불확실성이 제거돼 한국 경제가 선순환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수들은 이를 위해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 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법적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삼성전자의 화성 반도체공장 및 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의 증설이 가능해진 사례를 들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들은 미래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총수들은 또 투자가 늘면 고용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총수들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 등을 토대로 실질적인 투자·고용 등 후속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삼성은 27일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휴대폰 분야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을 포함한 총 투자금액은 16조5천억원 규모"라며 "투자를 매년 15%씩 늘리고 매년 1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청와대 회동 후 그룹 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후속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주요 그룹은 가능하면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하반기 인력 채용 계획을 조속히 확정키로 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