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미국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31일)는 '가난한 노동자'라는 커버스토리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저소득 비정규직이 미국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3천7백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부양 가족 3명이 있을 때를 가정해 빈곤층으로 분류한 계층(전체 근로자의 24%?2천8백만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요즘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가 된 이유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임금이 비싼 국내에서는 계약직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앞으로 일자리 창출에 가장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한 10개 직업 중 절반은 상점 점원,식당 종업원,현금 출납원,청소부,빌딩 관리인 등과 같은 저소득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의료보험이다. 미국같이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은 치명적이어서 비즈니스위크가 소개한 36세 간호보조원 카트리나 질이라는 여성은 아들이 암에 걸린 후 의료비로만 16만달러의 빚이 생겼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을 도와줄 방법은 많지 않다. 경제 구조가 고도화 될수록 학력과 기술 정도에 따라 연봉 차이는 날로 벌어지며 정부 재원으로 복지 시스템을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복지 정책 개정에 참여했던 론 해스킨 브루킹스 연구소 전문위원은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줄 재정 여력이 생기려면 국가 경제가 향후 10∼15년간 쉬지 않고 매년 4%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스킨 위원은 "앞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빈곤층이 되고 싶지 않다면 자기 힘으로 교육을 더 받거나 기술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