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렌지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80%는 오렌지라는 이 과일의 이름을 '선 키스트'로 알고 있다"라는 말은 미국의 선키스트 오렌지 재배자 조합의 최고경영자(CEO) 러셀 헨린의 말로 유명하다. 이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말임과 동시에'브랜드 파워'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우리 역시도 조미료를 '미원'이라고 부르며, 휴대용 CD카세트는 '워크맨'이라고 부르고, 접착식 메모지는 무조건 '포스트 잇' 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몇몇 브랜드는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잡을 만큼 그 영향력면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기능보다는 구매욕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매한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조사한 EU 신규가입국 소비자가 본 한국상품 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을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 EU의 10개 신규 가입국 중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가장 큰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3개국의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 구매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고가나 저품질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동유럽 시장 수출 확대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소개하고, 디자인 고급화를 추구함으로써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한국 브랜드 알리기 전략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게 KOTRA의 주장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샤넬',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가 갖고 있는 특유의 정체성(identity) 때문. 이같은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정체성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초일류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브랜드 경영'을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실시한 이색적인 설문조사에서는 기업 경영에 있어 필수 과목으로 등장한 브랜드의 현주소를 잘 알려준다. 전 세계 경제계 거물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성공의 척도'를 묻는 조사 응답에서 많은 CEO들이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 브랜드가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자가 59%에 육박했으며, '최근 2년간 브랜드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응답도 77%나 됐다. 특히 '브랜드를 기업 전략으로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무려 92%나 됐고, '기업 성공의 최고 척도'로 브랜드를 꼽은 응답자도 24%였다. 이는 수익성(17%), 수익률(13%), 지속가능성 (6%), 주가상승(5%)을 꼽은 응답자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로 그만큼 브랜드는 해당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브랜드 파워의 강화야말로 장기적인 수익과 경쟁 우위를 가져오는 원천이 된다"고 말하고 "브랜드 로열티가 기업 이익률 제고의 파워로 등장하고 있는 것만큼 기업 마케팅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을 브랜드 파워 강화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