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는 시장 친화적 총리의 리더십 아래 더욱 안정감을 찾을 것이다."(월스트리트 저널) 인도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회의당이 지난 19일 차기 총리로 만모한 싱 전 재무 장관(72)을 공식 지명,소니아 간디 당수가 총리직을 고사함에 따라 불거진 인도의 정국 불안이 일단락 됐다. 싱 총리 내정자는 이날 간디 당수와 함께 대통령궁을 방문,압둘 칼람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안을 승인 받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도 경제개혁의 설계자 싱이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하게 만들었다"며 "일시적 정치불안에도 불구하고 싱이 이끄는 인도 경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환영하는 총리=싱 내정자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안을 승인 받은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인도에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줬다. 그는 "경제개혁의 흐름을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제공되는 경제개혁의 모범국가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도 재계도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인도 산업연맹의 N 스리니바산 사무총장은 "싱은 민영화 등 경제개혁·개방을 위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도를 고성장 궤도로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인물"이라며 "재계도 그를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으로 화답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지난 14일 이후 16% 이상 급락세를 보여온 인도 증시는 싱의 총리 선출을 계기로 이틀새 11% 가까이 오르는 등 안정세를 찾고있다. ◆사회주의 함정에 빠질 수도=싱은 그러나 인도공산당 등 17개 좌파연정 그룹들의 요구를 조화롭게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빈부격차 타파 등 좌파 정당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싱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도는 강력한 공공·민간부문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일부 석유·가스회사는 계속 공기업으로 남아있을 전략적 필요성이 있으며,이같은 원칙은 국영은행에도 적용된다.국영 은행들을 민영화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의 반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좌파연정의 총리를 맡은 싱은 사회주의 함정에 빠질수도 있다"며 "학자로서 시장주의자이지만 좌파 연정의 총리로서 그의 지식을 실천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커다란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