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천신만고 끝에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 칠레에 대한 휴대폰 등 이동통신기기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6배 넘게 증가했다. 국민이 즐겨 찾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하는 등 단기간에도 불구하고 FTA를 통한 새로운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 FTA 열풍에 뒤늦게 동참해 싱가포르 일본 등 협정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시차를 두고 산업발전 단계의 유사한 과정을 답습했고 교역상대국 3위,무역수지 적자 1위국으로서 경쟁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과의 FTA체결 추진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역사적인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7개 실무협상 분과를 설치했고 민간부문에서는 민간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민·관 합동으로 사전 대응체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동북아에서 가장 구매력이 높은 1억7천만명의 인구와 세계 GDP의 17%를 차지하는 제3의 거대 경제블록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득실관계는 아직 미지수다. 구조조정 촉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산업경쟁력 제고 효과가 기대되고 경제 투명성 제고를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기대가 크다. 반면 취약 산업의 피해와 만성적 대일무역 역조의 심화,부품·소재 산업의 대일 의존 장기화,기술격차로 인한 국내 산업의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특화 부작용 우려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일본과 FTA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는 단기적인 경제 손실보다는 중장기적 경제 및 산업 분야의 파급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조선,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산업의 등장,중국 제품의 일본 내 경쟁력 상승,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출현 등으로 한·일 양국의 산업경쟁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원천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력 부족,부품·소재 산업의 대일 의존 심화 현상은 업종을 불문하고 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산업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에서조차 해당 장비의 국산화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의 핵심 생산장비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에서는 미래 또한 현재의 대일 종속화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일 FTA 체결은 산업기술적 측면에서 양국간의 기술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 확보와 부품·소재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우리나라로서는 관세 철폐로 인해 자체 기술개발력 확보를 위한 시간벌기에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본원적 기술개발 전략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1안:자동차,기계,전자 분야 등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과 상충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기술개발 전략을 마련하고 현재 기술력의 차이로 인한 파행적 분업구조(고부가가치→일본,저부가가치→한국)를 산업기술 협력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상생의 분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윈윈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한·중·일 3국간 FTA에 대비한 동북아 분업체제 구축의 큰 틀에서 포괄적인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 제2안:중소기업간 산업협력 강화와 기술 이전을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안돼야 하며,양국간 무역 불균형 개선을 위해 일본 기업의 국내 부품·소재 산업 투자 확대 방안이 청사진에 포함돼야 한다. 양국간 공동기술개발 프로그램 도입 방안의 검토와 함께 관세 철폐로 인한 피해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신설 등 보다 세심한 중소기업 지원대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