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신품질컨벤션 2004'에서 특별강연하기 위해 방한한 품질관리 분야 석학인 일본의 다구치 겐이치 오켄사 고문과 다구치 품질관리 기법의 국내 권위자인 장기일 한국품질공학포럼 회장, 이상복 서경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 세 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19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호텔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다구치 고문은 팔순의 고령임에도 또렷하게 한국 제조업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밝혔다. ▲ 이상복 교수 =80년대부터 한국에서 다구치 박사의 품질공학이론(다구치 기법)을 배운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제대로 적용해 효과를 본 기업들은 거의 없다. '다구치 기법'을 단지 어려운 기술적 '기법'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 다구치 겐이치 고문 =제품은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개발되지만 실제 시장에 나왔을 때도 여러 가지 불량이 생긴다. 다구치 기법은 고객의 손에 들어간 순간의 제품 품질을 미리 예상하고 불량을 줄이는 기법이다. 다시 말해 연구개발이나 설계 단계에서 아예 불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진동이나 소음, 비용 등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처음부터 최소화하는 것이다. 뒤늦게 불량이 생기면 소비자들이 손실을 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생긴다. 결국 GDP(국내총생산)가 내려가는 셈이다. ▲ 장기일 회장 =품질공학의 핵심은 추후에 발생하는 몇몇 불량을 잡아내고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하는 것이다. 최근 JD파워가 발표했듯이 현대자동차는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품질경영에 대한 평가는. ▲ 다구치 고문 =최근 현대자동차를 다녀왔다. 삼성SDI LG전자 대우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컨설팅한 경험도 있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의 일부 제품은 품질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대기업 몇개만 잘할 뿐 중소기업들은 아직 멀었다. 현대자동차도 상당수 부품을 중소기업에서 외주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제품설계 단계에서부터 최종 단계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부서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 장 회장 =다구치 기법은 자동차 전자 기계 화학 등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한 예가 '생활습관을 고려한 당뇨병 예측'이다. ▲ 다구치 고문 =품질공학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제품이 부족할 때는 생산성을 높여서 많이 만들면 되지만 오늘날은 다양한 상품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경영진과 기술자가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만들면서 이뤄진다. 미국의 농업 생산성은 2백년 전에 비해 1백배는 좋아지지 않았나. 결국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선 실업률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신제품이 개발된 이후 최고의 품질을 도출하는 것은 다구치 기법이 할 일이다. 따라서 이 기법은 제조업이든 첨단 IT산업이든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 장 회장 =국내 업체들도 품질 향상 여지는 많다. 가격, 즉 비용을 낮출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해외 제품과 경쟁하지 못한다. 중소기업들도 전사적인 품질 향상 노력에 뛰어들어야 한다. ▲ 이 교수 =제조업체에서 품질관리는 기본이다. 문제는 경영자들이 얼마나 품질에 대해 인식하고 있느냐다. 최고경영자가 품질 향상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기업의 품질 향상 노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 쉽다. ▲ 다구치 고문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품질공학 분야는 일본이 가장 강한 것 같다. 1993년 일본 내 품질공학회를 만든 이후 매년 정기 세미나를 열고 있다. ▲ 장 회장 =다구치 고문은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공부했고 이후 대학에서 경영공학을 가르쳤다. 그런데도 제록스 포드 GM AT&T 등 다양한 업체의 품질 자문에 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다구치 기법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프린터 복사기 카메라 등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한 데는 다구치 기법을 이용한 끊임없는 품질 향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