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야당승리로 좌파성향 정권 출범에 대한 경제적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총리로 확실시된 소니아 간디 국민회의 당수가 반대 당파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결국 총리직 취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당초 19일 소니아 당수의 총리 취임으로 좌파연정 내각을 구성하려던 정치일정이 표류할 수밖에 없게 돼 인도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간디 당수는 총리 취임을 하루 앞둔 18일 긴급 의회연설을 통해 "내 목표는 총리 자리가 아니었다"면서 총리직 취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총리를 잇는 네루-간디 가계의 인기를 배경으로 8년만에 정권복귀를 이끈 그는 "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를 것이며 오늘 그 목소리는 나에게 총리직을 겸허히 거부할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간디 당수는 "내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결정을 수용해줄 것을 간청한다"며 지지자들에게 당부하는 한편 "현 시점에서 내가 해야할 일은 인도가 강하고 안정된 세속 정부를 갖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힘들고 긴 전투가 될 것이며 나는 단호히 이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디 지지자들은 총리포기 재고를 촉구하는 한편 간디 당수가 끝내 총리를 거부할 경우 국민회의 고문이자 전 재무장관인 만모한 싱을 차기 총리로 추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디 당수의 총리직 포기를 둘러싼 지지자와 반대파간의 알력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압둘라 칼람 대통령은 조각 논의를 위해 간디 당수와 면담한 자리에서 각 당파의 '간디 보이콧'을 이유로 간디 당수의 총리 지명을 유보했다. 간디 당수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제1당 당수가 대통령과 면담, 총리지명을 받는 관행에 따라 이날 대통령궁을 찾아 칼람 대통령과 면담했으나 총리 지명을 받지 못했다. 간디 당수의 총리직 포기는 특히 이번 총선에서 재집권에 실패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현 총리가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티당(BJP) 등의 집요한 공세가 주된 원인이었다. 이탈리아 태생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간디 당수에게 인도의 통치권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와 달리 카톨릭 신봉자라는 점도 집요한 공세의 빌미가 됐다. 현지 관측통들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 5백45석 가운데 61석을 차지한 좌파 정당들이 연정에 불참할 경우 2백18석을 차지한 국민회의 차기 정권의 안정적 과반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정국 불안은 인도 증시를 흔들어 놓았다. 총선결과가 나온 뒤 이틀간 무려 16%나 폭락한 주가는 이날 간디 당수의 총리직 거부 발표 이후 약간의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정국혼란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가 폭락은 새 좌파정부가 국영기업 민영화 등 경제개혁을 늦출 것이란 우려로 해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투매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극빈층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늘리겠다는 국민회의 정책도 불안감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