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지난 50년 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기업,국내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한 기업,노사분쟁이 없는 기업….'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독약품은 경영과 노사문제와 관련한 갖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배경은 바로 "합작사인 독일 아벤티스 파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투명한 경영을 실시한 결과"라는 게 김영진 대표이사 부회장(48)의 설명이다. 한독약품은 지난 1964년 독일 아벤티스 파마(당시 훽스트)와 손잡은 이래 지금까지 40년간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벤티스의 엄격한 생산 및 품질관리 기준을 잘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왔습니다." 김 부회장은 "합작을 통한 상호 협력이 한독약품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으면서 경영인 수업을 시작했다. 1984년에 귀국해 2년 동안 경영조정실 부장을 맡은 다음 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가 귀국할 당시 회사는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매출은 감소하고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이 조직 내 의사소통 부재에 있다고 보고 즉각 '개혁'에 착수했다. 그는 간담회를 열고 사원들과의 허울 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부터 사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간부들을 내보내고 하급 사원들과의 시간을 가졌다. 그의 진심을 확인한 사원들이 생각을 봇물처럼 내뱉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경영혁신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방지점에서까지도 이러한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 사원들은 간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까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사원들이 하나같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영업프로젝트 팀'을 만들었다. 간부들을 통하지 않고 사원들로부터 직접 영업부문의 개선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간부들이 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영업성과가 나아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곧장 가라앉았다. 그는 또 본부에 집중된 권한을 각 지점에 분산시켰다. 판촉 및 영업에 대한 권한을 지점에 넘겨주면서 자율성을 강화했다. 대신 부서별 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평가를 거쳐 우수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를 차별화했다. 이러한 개혁을 바탕으로 한독약품은 1989년부터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섰다. 한독약품은 히트상품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간판 상품으로는 지난 58년에 발매된 후 45년 동안 소화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온 '훼스탈'을 꼽을 수 있다. '훼스탈 플러스'는 약국소화제 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부문에서는 98년 9월에 발매된 지 2년만에 경구용 혈당강하제 정상에 오른 '아마릴'이 대표적이다. 국내 당뇨병환자의 절반 정도가 현재 아마릴을 처방받고 있다. 한독약품은 지난해 2천2백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엔 인슐린 제품인 란투스,최초의 케톨라이드 계열 항생제인 케텍,고혈압 치료제인 트리테이스 플러스 등 신제품 발매를 통해 2천6백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부회장은 수재민돕기,헌혈캠페인,북한주민돕기 등 사회 활동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50주년을 맞은 올해는 새로운 50년을 계획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사원,합작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는 기업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